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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새가슴살

발라낼 뼈라도 있긴 있었을까 다만 콩닥대며 짧은 꿈 잠시 꾸었을 뿐 마음의 지붕에조차 올라본 적은 없었다 추려낼 꿈이라도 어디 있긴 있었을까 온갖 두려움과 낯 뜨거움과 부끄러움의 이름 너머 숨다 달아나다 잠시 퍼덕였을 뿐 이 하루 겨우 재울 양념에 절어서 사는 날개 없는 자의 걸음 같은 가슴살 이내 하루살   /2006. 7. 19.  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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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 시간에……

<이작자 여인숙>에 썼던 마지막 글 2015. 9. 16. 13:38 (게시판 복원에 성공하여 ‘화이트룸’에 올렸던 마지막 글을 가져왔다)         더러는 햇빛처럼 더러는 빗물처럼 그 사이 사이 그대도 있다가 없다가 그랬다 …………………………………………. 놀았다 더운 물속에 쓰라린 상처처럼 바람 앞에 얼굴을 가리는 새처럼 결국은 아팠다 놀았으므로 지극히 쓰라렸다//허수경     최근에 있었던 몇몇 일은 일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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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받은 한편

몇 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긴 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줄엔 행복이 묻어 있었고 어떤 줄은 금세 끊어질 듯 위태롭게 떨렸습니다. 산문이 되었다가 모르는 사이 운을 맞추기도 하였습니다. 줄인다고 줄여지지도 않고 애써 늘인다고 늘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쓴 것도 아니고 혼자 읽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동자 속에 몇 개의 형용사가 있었는지 수더분한 옷과 재빠른 걸음걸이가 3/4조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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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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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책

마침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장소를 우리는 갖게 되었다. 세상에 없는 책이 없는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절판된 책을 찾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소실된 책이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책에 이름만 올라 있는 책을 찾는 일조차도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옛 알렉산드리아나 대영박물관, 혹은 의회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던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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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장소와 도저히 복구 불가능한 기억. ― 크리스티나 펠리 로시*   항구는 모처럼 동방을 돌아온 배의 소식으로 흥청거렸다. 나의 일터와 항구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내 마음의 설레임은 배가 들어옴으로서 생긴 것임을 안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어도 각별한 친밀감으로 맺어진 항구의 관원은 그 배의 물건들을 면밀히 조사한 후 내가 필요한 것들을 먼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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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나무 끝의 부용화 산 속에서 붉은 봉오릴 터뜨렸네 개울가 집이라 적막하여 인적 없는데 어지러이 피었다간 또 지는구나 /신이오, 왕유 木末芙蓉花  목발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  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  분분개차락 /辛夷塢, 王維   그 이름을 기억하거나 외우고 간직하는 것만이 영속성을 보증하는 틀림없는 방법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 ㅡ 사람들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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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보글보글

門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生活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 家庭, 이상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가정家庭은 꾸리지 못하고 가정假定으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기꺼이 꿈을 꾸라면, 더딘 이 밤 함께라면…… 하는 오붓하고 화기애애한 가정이지요 화기엄금의 썰렁하고도 위태로운 밤이지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어느 작자 말과는 달리 절로 발길 닿는 곳, 문 잡아당기면 잘도 열리어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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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묻지 마셔요

이별초 작사/오작교 작곡/장탄식 노래 (슬로우)   흘러갔나요 이젠 잊어버린 건가요 묻지 말라는데 다시 생각 말자는데 저 하늘에 달뜨고 이 가슴이 달뜨면 궁금한 마음 되어 당신 불러 봅니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을 잊어셨나요 당신 생각에 부풀은 이 가슴도 묻어셨나요 잊어버리자는데 과거를 묻는다는데 노래하던 꽃마차 타고 산너머 남촌까지 만리포라 내사랑에서 밤깊은 마포종점까지 번지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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