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집에 부쳐 선생님, 그런데요 착한 애인이 없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잘생기고 좀 모자란 도움이 필요한 남자니까 한번 봐주시구려. 아무리 뒤져봐도 착한 애인은 없다네가 없어요. 어중간한 늦여름 날씨에 도서관 안쪽 귀퉁이에 십분 너머를 쪼그리고 앉아 땀 범벅이 되도록 찾아 헤맸으나 그것만은 찾지 못했다오. 수십년 동안 보고 겪은 것 또한 비슷했다오. 책 집어들면 원하는 페이지 척척 펼쳐주는 […]
[태그:] 오늘처럼
플래쉬 백 : 回光
해가 몰라보게 짧아졌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산엘 갔더니 약수터에 이르렀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렸습니다. 큼지막한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별이 새삼스러웠지요. 자그마한 손전등 하나를 갖고 갔는데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측백나무 빼곡한 길목 너머 어둠 속 옛길을 따라 返照의 시간이 왔습니다. 자전거엔 바퀴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전조등이 달려 있었고 캄캄한 논길 다닐 적에는 ㄱ자로 꺾인 국방색 손전등이 요긴했었지요. […]
거품의 바다 Mare Spumans
잠시 기다려주오 위난의 바다 속 섬 같은 그곳 나 이 모래성 허물고 그대 마음대로 나고 들 세상 다시 지으리 그리고 등 돌린 채 그 자리서 잊혀져버린 세계 끝내 담을 수 없었던 未知 바다는 천길만길 물러나 자취를 감추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돌아오지 못할 이름 주었네 2015. 10. 13.
말할 수 없는 그것
감히 말할 수 없는 그것 - 카르투슈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신성한 이름처럼 섣불리 발음조차 할 수 없는 그것 텅 비어 있는 왕의 자리처럼 감히 묘사할 수 없는 그것 새벽 꿈길에 흔적 없이 왔다 가고, 폭풍처럼 한 순간에 나를 채우곤 했네 어떤 전통은 그것을 14행으로 노래하려 했고, 어느 나라에선 세 줄이거나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였다네 어떤 이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