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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애인 찾기

*어떤 시/집에 부쳐   선생님, 그런데요 착한 애인이 없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잘생기고 좀 모자란 도움이 필요한 남자니까 한번 봐주시구려. 아무리 뒤져봐도 착한 애인은 없다네가 없어요. 어중간한 늦여름 날씨에 도서관 안쪽 귀퉁이에 십분 너머를 쪼그리고 앉아 땀 범벅이 되도록 찾아 헤맸으나 그것만은 찾지 못했다오. 수십년 동안 보고 겪은 것 또한 비슷했다오. 책 집어들면 원하는 페이지 척척 펼쳐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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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어떤 것

따사로운 봄볕 아래 가늠키 힘든 그늘 자라고 있어 내 차라리 밤을 그렸네 점멸하는 별처럼 수많은 이름을 지닌 바램 가운데 단 하나, 출구를 향하여 빛의 기운이 몰리어 갈 때 마냥 깊어지고 시간과 우주의 고독한 종말을 향해 속절없이 팽창하던 밤, 그리고 밤의 어떤 것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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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백 : 回光

해가 몰라보게 짧아졌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산엘 갔더니 약수터에 이르렀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렸습니다. 큼지막한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별이 새삼스러웠지요. 자그마한 손전등 하나를 갖고 갔는데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측백나무 빼곡한 길목 너머 어둠 속 옛길을 따라 返照의 시간이 왔습니다. 자전거엔 바퀴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전조등이 달려 있었고 캄캄한 논길 다닐 적에는 ㄱ자로 꺾인 국방색 손전등이 요긴했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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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바다 ​Mare Spumans

잠시 기다려주오 위난의 바다 속 섬 같은 그곳 나 이 모래성 허물고 그대 마음대로 나고 들 세상 다시 지으리 그리고 등 돌린 채 그 자리서 잊혀져버린 세계 끝내 담을 수 없었던 未知 바다는 천길만길 물러나 자취를 감추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돌아오지 못할 이름 주었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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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가을의 도로 위를 무작위로 흐르는 노래들, 오랜만에 장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부터 그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이 사람 찾아 헤매이는 그 먼 곳 생각나서 꽉 닫힌 창문 안에서 뒤늦게 목청껏 따라 불렀다 내 마음이 가는 그 곳+, 아득한 그 곳 향해 마음 몇 가닥 옮겨보려고 오랜 세월 씨줄 날줄 엮어도 보았으나 처음에 떠올렸던 어느 한 줄이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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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 삼행시

그 목줄 누가 내어놓았는지 강아지 한 마리 위태로이 찻길 따라 걷는다 바쁠 것 없는 걸음 괜스레 재촉하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친다   (알지 못하는 셋이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 가운데 二人이 느낀 것을 어느 一人이 쓰다.)     /201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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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그것

감히 말할 수 없는 그것 - 카르투슈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신성한 이름처럼 섣불리 발음조차 할 수 없는 그것 텅 비어 있는 왕의 자리처럼 감히 묘사할 수 없는 그것 새벽 꿈길에 흔적 없이 왔다 가고, 폭풍처럼 한 순간에 나를 채우곤 했네 어떤 전통은 그것을 14행으로 노래하려 했고, 어느 나라에선 세 줄이거나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였다네 어떤 이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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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을 읽다

불가해한 순열의 초록빛 문자는 아니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온 소식이던지 방충망의 모눈을 따라 드문드문 물방울 맺혀 나 모르는 세상의 철자가 되었습니다. 낯설고도 반가운 사연, 그렇게라도 듣게 되는 장문의 소식입니다. 빗줄기를 따라 사연도 그만큼 길었던가요. 의미 없는 의미의 심장 ― 거기에 뜻 있겠거니 모눈의 마음이 부지런히 받아서 적었습니다. 어느 아침 햇살에 잊혀지는 꿈처럼 해독解讀은 오히려 해독害毒, 조금 틀렸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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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마하 데스누다

열세 살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 귀퉁이에 마야가 누워 있습니다. 어느 어린 봄날의 시험시간, 책상 사이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를 바라보다 아득해진 삶처럼 너무 작고 흐린 그림이 몹시도 안타까웠습니다. 태초의 숲에서 율리시즈의 고행까지 누구의 연인인들 어땠을까요. 옛 그리스의 꿈인양 비만이 풍만으로 보이던 환상, 얇은 그 옷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라 마하 베스띠다, 지도와 영토 사이 흐릿한 한 지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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