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오면 생각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사람은 리언 레드본이다.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다른 노래들 또한 엄동설한 속에서도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들인 까닭이다. 내가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닉 놀테가 주연을 맡은 어느 미스터리 영화(겨우 찾은 영화의 제목은 Everybody Wins, 1990작)를 통해서였다. 그가 운전할 때 오래된 재즈 스타일의 멋진 노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리언 […]
다행히 염려할 수 있는 하루
아버지가 2주 동안 혈압약을 드시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전, 병원 진료결과를 보고 왔던 저녁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소리도 좀 질렀나 보다. 6학년때 아버지께 알파벳과 기초영어를 배웠다. 어느날 펜맨쉽을 사오신 아버지는 그걸 하루만에 다 쓰라고 하셨다. 내게 그건 너무 많은 양이었고 나는 그것을 결코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 몰래 몇장을 […]
허울의 이름뿐인 성
나는 시냇물 소리에서 가을을 들었다. 마개 뽑힌 가슴에 담을 무엇을 나는 찾았다./이상 그저 어려울 뿐 애써 알아야 할 의미도 없지 복잡하다고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유구하고도 쓸모없는 버릇처럼 남은 이름들일 뿐이지 붉디 붉은 부끄럼 같은 까베르네 쇼비뇽, 쇼비뇽 블랑 하얗게 이 마음 회쳐지고야 말 샤르도네, 리슬링 대체 무엇인지 어디 어디 말씀인지 무똥까데 카사리토무스카토다스티 군트럼슈페트레제 […]
Okie : 돌아가지 못한 밤
J. J. Cale, 1974. 케일은 이미 꿰고 있던 시절이었고, CD 앨범도 당연히 갖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조빙의 몽롱한 브라질을 보고 들은 이래 내 마음은 온통 “질서와 진보”라는 구호가 새겨진 국기를 지닌 나라로 가 있었고, 오직 Garota de Ipanema가 내 곁을 채우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영국에서 잠깐 한국에 왔고 그때까지 두 사람 사이가 아주 […]
검은 태양 검은 빛, 마리아 베따냐
Maria Bethânia Maria Bethânia, 1965. 노래하지 않고 노래할 것을 더 생각하는 빛 눈을 뜨지 않고 그 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빛…… /검은 빛, 김현승
속하지 못한 모든 시간
이름마저도 햇살 가득했던 그곳, 밀양. 열네살 즈음 라디오에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듣고는 무척 좋아했다. 아홉살에 부산으로 전학 온 나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유년기에서부터 내 생각은 안으로 안으로만 향했던 것 같다. 소니 카세트라디오와 학생애창365곡집에서 얼마나 많은 고향을 그렸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