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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의 새해

그때 너는 한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奇蹟이었다*   65년의 새해라는 김수영의 시처럼 나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의사당과 방송국과 시민단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삼팔육은 테라바이트의 비밀을 숨기고 산다. 사과탄 만큼이나 매캐한 눈물을 흘리고 사과탄보다 더 뽀얀 연기를 피운다.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내 보물창고에도 없다. 대공분실에도 지하벙커에도 이상한 이름의 공사들에도 대자보로 도배된 학생회관에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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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마법사

물속으로 떨어지면서 물의 표면에 파문을 만드는 조약돌처럼, 물의 깊이를 측량하려 한다면 나는 물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ㅡ 끌로드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올해는 모두에게 평화로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제 막 희생된 처녀들 이외에는 어떤 제물도 필요하지 않으며, 옥수수 농사는 이번 카투운에서 유래가 없는 풍작이 될 것입니다. 쿠쿨칸께서는 이제 치첸이차에 흑요석의 단검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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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찍는 사진관

노랑 저고리에 하늘빛 치마 그리운 얼굴 거기 있었지요 할미꽃 꺾어들고 봄노래 부르던 아련한 추억도 거기 있었지요 눈감으면 더 가까운 그리운 그곳 동쪽으로 5리, 남쪽으로 5리 서쪽으로 5리만 가면 되었지요 일곱빛깔 무지개 너머 일곱글자 파아란 글자 꿈을 찍는 사진관이 거기 있었지요 새하얀 창문에 새하얀 지붕 꿈을 찍는 사진관이 거기 있었지요 불도 안 켠 그 방이 어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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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서 새벽까지

이제 떠날 시간이야. 척박한 나스카의 평원을 혼자 지나왔어. 나그네를 평안케 하는 버섯을 얻어왔지. 외로운 가슴마다 엘도라도의 빛을 주는 환영을 만나고 왔지. 꽃수 자수 긴치마에 검은 머리 여인이 태양의 처녀인양 춤을 추었어. 아카풀코에서 티후아나까지 안데스의 나비처럼 훨훨 날아올랐어. 몹시도 귀에 익은 그 노래, 플라멩코 가락 따라 반도네온의 아련한 소리가 돈 후안의 약초처럼 내 가슴에 불을 붙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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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육지라면

어이야 읊어보자 라면땅이 그 어디뇨 한발 외발 뛰지 말고 노랫가락 불러보자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라면땅 노래 불러 너도 찾고 나도 살자 콩 심은 데 콩라면 열 받아서 열라면 죄가 많아 신라면 놀란 가슴 쇼킹면 심심하면 설렁탕면 술이라면 사발면 일도양단 우유라면 짜증나서 짜장면 알곰삼삼 맛보면 잘나가는 맵시라면 전라면 버섯라면 제비 찾는 카레라면 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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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파리

언제나 신비가 감돌고 있었지 그에게는 유리창에 부딪힌 파리의 꿈이 있었지 화장실로 달아나야 할 신비가 있었지 그는 빈털터리 Mister……y     쿵쿵 가끔씩 가슴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지 녹음할 수도 없고 들려줄 수도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테니 어쩌면 다들 비슷할지도 몰라 행여 다른 몰골을 각성케 하는 거울이 있었지 결단코 전혀 닮지 않은 형제를 보았지 인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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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흥얼거리다 문득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별 하나 찾기 힘든 그곳,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일이었지 다만 오래도록 태양을 쏘아보던 사내가 있었고 한결같이 힘들고 외로운 길 위에서 직녀성을 향하여 쏘아올린 닿지 못할 꿈이 있었지 원주율 속에 숨겨진 비밀을 따라 컨택트의 꿈을 찾다 너무 비싼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야 창백한 푸른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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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로 걸다 ‘

띄엄띄엄 외우지도 못할 긴 번호입니다. 벽지 구석마다 얼룩이 잦아들면 빗방울 소리가 나를 대신합니다. 부엌 창틀에 빗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다르고, 팬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다릅니다. 띄엄띄엄 알지 못할 긴 번호를 눌러 봅니다. 낮은 구름장이 붉은 빛을 띤 새벽, 발신음도 들리지 않았는데 급한 걸음들이 달려갑니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그 소리는 늘 틀림없는 번호로 이어집니다. 계란 껍데기 가지런히 둘러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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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나를 믿을 수 있어?” “아니, 널 믿을 수 없어. 너는 너무 무능해. 너의 ST가 너무 나빠.” 오래 전에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그 오래 전이 얼마 만큼의 시간인지 그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분명 몇달 또는 1, 2년 보다는 더 흘렀음을 알지만 그 이상은 도무지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대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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