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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의심치 않는 어떤 미래에 대한 사소한 기록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벚꽃나무로 무성하다. 이제는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선 나무들이 봄날이면 터널을 이룰 정도로 자랐으니 어느 계절이나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런 거리다. 가을은 가을대로 단출한 운치가 있고, 봄날에는 어떤 벚꽃길보다도 소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늘 “여름날의 푸른 잎새들”이란 옛 노래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이다. 아파트의 제일 중심에는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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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받은 한편

몇 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긴 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줄엔 행복이 묻어 있었고 어떤 줄은 금세 끊어질 듯 위태롭게 떨렸습니다. 산문이 되었다가 모르는 사이 운을 맞추기도 하였습니다. 줄인다고 줄여지지도 않고 애써 늘인다고 늘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쓴 것도 아니고 혼자 읽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동자 속에 몇 개의 형용사가 있었는지 수더분한 옷과 재빠른 걸음걸이가 3/4조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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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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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와 떠난 여행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원유경 옮김, 새움   적어도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고독에 고양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이상한 결핍을 깨닫게 되었다. ―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스티븐슨   비박(프;bivouac, 독;biwak) 또는 빈티지(영;vintage) 같은 단어들은 묘하게도 우리말과 외래어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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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종류의 고독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 더글러스 트럼불, 1971 오랫동안 한 척의 우주선도 오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난 것일까? ㅡ 두번째 종류의 고독, 죠지 R.R. 마틴   영화를 어디에서 봤는지가 가끔은 영화 자체보다도 더 선명하게 기억날 떄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엔 승객이 거의 없는 고속버스 안에서 비디오로 보았고 <침묵의 질주>는 고등학교 1학년 쯤엔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하지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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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 이루어질 수 없음의 이루어짐에 관하여   처음 기타 배울 때는 그랬다. 친구에게서 빌려온 아주 낡은 기타 교본을 열심히 뒤적이며 코드라는 것을 배웠다. 많이도 필요 없었고 누군가에게 따로 배울 일도 없었다. 왼손 검지 베베 꼬아가며 하이코드 잡으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코드 딱 4개 익히고 나니 연습곡으로 수록되어 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꽃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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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칼크의 도시에 관한 기억

그것을 당신들은 몰랐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부족은 몇 세대 동안이나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죽어갔기 때문이다. ― 티마이오스   그것은 손치스라는 이름을 지닌 이집트 신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사이스에서 한 신전의 관리인으로 봉직할 때 그리스의 철학자 솔론을 만나 자신이 작성한 꿈의 조서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다. 나는 킬허의 고전적인 지도를 통해 그의 꿈을 다시 돌아보았고 한스 헤르비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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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책

마침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장소를 우리는 갖게 되었다. 세상에 없는 책이 없는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절판된 책을 찾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소실된 책이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책에 이름만 올라 있는 책을 찾는 일조차도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옛 알렉산드리아나 대영박물관, 혹은 의회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던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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