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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 요리 / 시스템 복원

<초고속 승진을 시킨 마술>에서 가장 절묘한 것은 ‘메추리를 재료로 하는 저녁 요리’라는 복선이다. 마술을 시작하는 시점에 등장하는 “메추리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만들지 말라”는 언급은 나중에 마법을 취소시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그것과 똑같은 역할을 하는 복선 내지 스위치가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포함되어 있다. 윈도 xp, 비스타 등의 <시스템 도구> 항목에 있는 <시스템 복원>이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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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리

날씨는 버거울만치 무더웠고 길은 여기저기 정체가 심했다. 박물관은 그 본래의 기능과는 별 관련이 없는 무질서와 무례, 그리고 카메라 플래쉬의 경연을 관람하기 위한 장소처럼 보였다. 경주엘 잠시 다녀왔다. 집안의 일도 좀 보고 그리고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어느 옛 스님이 즐겨 피리를 불고 시를 읊었다던 장소를 찾아갔다. 천년고도에 관광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천왕사터 도로변에는 안내판조차 제대로 없었고 믿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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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의심치 않는 어떤 미래에 대한 사소한 기록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벚꽃나무로 무성하다. 이제는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선 나무들이 봄날이면 터널을 이룰 정도로 자랐으니 어느 계절이나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런 거리다. 가을은 가을대로 단출한 운치가 있고, 봄날에는 어떤 벚꽃길보다도 소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늘 “여름날의 푸른 잎새들”이란 옛 노래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이다. 아파트의 제일 중심에는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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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받은 한편

몇 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긴 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줄엔 행복이 묻어 있었고 어떤 줄은 금세 끊어질 듯 위태롭게 떨렸습니다. 산문이 되었다가 모르는 사이 운을 맞추기도 하였습니다. 줄인다고 줄여지지도 않고 애써 늘인다고 늘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쓴 것도 아니고 혼자 읽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동자 속에 몇 개의 형용사가 있었는지 수더분한 옷과 재빠른 걸음걸이가 3/4조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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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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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와 떠난 여행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원유경 옮김, 새움   적어도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고독에 고양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이상한 결핍을 깨닫게 되었다. ―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스티븐슨   비박(프;bivouac, 독;biwak) 또는 빈티지(영;vintage) 같은 단어들은 묘하게도 우리말과 외래어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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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종류의 고독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 더글러스 트럼불, 1971 오랫동안 한 척의 우주선도 오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난 것일까? ㅡ 두번째 종류의 고독, 죠지 R.R. 마틴   영화를 어디에서 봤는지가 가끔은 영화 자체보다도 더 선명하게 기억날 떄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엔 승객이 거의 없는 고속버스 안에서 비디오로 보았고 <침묵의 질주>는 고등학교 1학년 쯤엔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하지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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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 이루어질 수 없음의 이루어짐에 관하여   처음 기타 배울 때는 그랬다. 친구에게서 빌려온 아주 낡은 기타 교본을 열심히 뒤적이며 코드라는 것을 배웠다. 많이도 필요 없었고 누군가에게 따로 배울 일도 없었다. 왼손 검지 베베 꼬아가며 하이코드 잡으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코드 딱 4개 익히고 나니 연습곡으로 수록되어 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꽃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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