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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백 : 回光

해가 몰라보게 짧아졌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산엘 갔더니 약수터에 이르렀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렸습니다. 큼지막한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별이 새삼스러웠지요. 자그마한 손전등 하나를 갖고 갔는데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측백나무 빼곡한 길목 너머 어둠 속 옛길을 따라 返照의 시간이 왔습니다. 자전거엔 바퀴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전조등이 달려 있었고 캄캄한 논길 다닐 적에는 ㄱ자로 꺾인 국방색 손전등이 요긴했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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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물에 그 밥

<글공장>에서 <이작자 여인숙>으로, 또 몇번씩 블로그를 들락거리다 새로 차린 워드프레스 사이트. 하지만 솜씨도 없고 별 다를 것도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그런데, 그 나물에 그 밥은 감칠나는 맛에 질리지도 않는데 어떤 이의 밥상, 아니 속상은 탈잡힐 일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비비다 만(?) 그 나물에 그 밥을 다시 집어들었습니다. 양푼이도 참 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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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바다 ​Mare Spumans

잠시 기다려주오 위난의 바다 속 섬 같은 그곳 나 이 모래성 허물고 그대 마음대로 나고 들 세상 다시 지으리 그리고 등 돌린 채 그 자리서 잊혀져버린 세계 끝내 담을 수 없었던 未知 바다는 천길만길 물러나 자취를 감추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돌아오지 못할 이름 주었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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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 Preciso Perdoar

알다시피 보싸노바의 트로이카 가운데 그 리듬을 만들어낸 사람은 조앙 질베르뚜였다. 그럼에도 ㅡ 몇몇 상큼한 노래가 없지 않지만 ㅡ 그의 초기 곡들은 지나치게 매끄럽고 가벼워서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다. 보싸노바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게츠/질베르뚜 콤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떤 부분에서 그는 과대평가된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 그는 과소평가된 가수이자 연주자란 생각이 든다. 그러한 양면성은 게츠/질베르뚜의 곡들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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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토이 인 디 애틱

노래 속의 이름은 ‘리자’였고 이야기 속의 이름은 ‘리사’였다. 그게 같은 철자의 다른 발음인지 다른 이름인지는 잘 모르지만 ‘Lisa’라는 이름을 들으면 늘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사실 그 얼굴이란 내가 그 모습을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 속, 또는 상상 속의 얼굴이다. 그녀는 대단한 시계 장인이 만든 ‘시계’였고 리사는 이름이었다. 할아버지가 몇시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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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뜨지 않는데 달뜨는

“Sin amor la luna no brilla en mí…” 칼렉시코의 노래는 그 이름처럼 경계선에 있다. 조이 번즈의 목소리는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지만 노래는 멋지다. 앨범 버전에선 상큼한 목소리를 지닌 까를라 모리손과 듀엣을 했으나 평범한 팝 스타일처럼 들렸던 까닭에 라이브가 더 마음에 든다. 마림바, 그리고  가브리엘라 모레노(과테말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듣는 이는 절로 ‘달뜨는’ 마음이 된다. “신 아모르 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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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詩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부셔져라 기둥에 부딪혀 딸의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만들었지요. 딸은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그랬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역시 늘상 무지막지하게 맞곤 했다지요. 아들 낳지 못한 죄로 설움 더 많았던 그녀는 딸을 향해 원망과 증오를 불태우며 또 그렇게 모질게 매질했더랬지요. 그녀가 어린 딸의 마음에 전해준 가장 오래된 기억도 바로 그것이었죠. 옥아… 아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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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예를 들자면

컴퓨터는 이미 낡아 폐기처분 되었는데 있던 것 쓰느라 비닐도 뜯지 않고 그냥 뒀던 전원 케이블이나 이제는 쓰지도 않는 기능들을 화려하게 자랑하며 어딘가 가만히 모셔져 있는 텅 빈 핸드폰 박스 같은 것, 책상 설합 한 귀퉁이에 새것처럼 남아 있는 존재하지 않는 시계를 위한 보증서, 루이뷔통 문양이 새겨진 낡은 갈색 비닐봉지나 이미 도수가 맞지 않거나 부서져서 버렸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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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on miles from

하늘을 향한 트럼펫, 뺨으로 흘러내리는 땀…… 크기 때문이었을까.​ 검어서 더 휘황해 보였던 흑백 텔레비젼 속 금관악기의 번쩍임처럼 기억속 그 사진의 검은 부분은 보다 더 검었고 한참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아주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것저것 구경꾼 마냥 조금 들어보았을 뿐, 음악에 대해서도 잘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본 사진으로부터 많은 기억들이 다시, 또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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