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낙담한 스핑크스를 위한 타이틀 곡

: 토니 스캘조 曲, 이창기 詞   The Way / Fastball   ……서른세살의 여름, 그는 신문에 난 한 노부부의 실종 기사를 읽었다. 텍사스에 사는 릴라와 레이먼드 하워드 부부는 1997년 6월, 가까운 템플 시에서 열리는 개척자의 날 축제에 가려고 차를 몰았다. 그러나 이 노부부는 2주일이 지나 목적지로부터 북동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아칸소 주의 핫스프링스 국립공원 산기슭 […]

Read More

라운드 미드나잇

모든 것이 다 피곤해, 음악만 빼고. ㅡ 데일 터너, 라운드 미드나잇   저기까지 걸어 가려면 좀 더 긴 밤이 필요해 이 답 없는 이야기가 어찌 풀릴 것인지 궁금해 하던 사이 그들은 조금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모든 이를 위한 두 사람만의 붉은 방은 감은 눈을 파고 들어올 만큼이었고 액자 속의 트럼펫은 저 홀로 퍼덕대다 참다 […]

Read More

앰버그리스

황홀이라더니, 어슴푸레하고 흐릿한 것이 황홀이라더니 어떤 불편함, 돌이킬 수 없는 잘못 변명할 길 없는 상처 내 마음이 토해낸 부유물이 소금도 맞고 햇살도 받고 이리저리 돌고 또 돌아 화석처럼 굳었는데 빛도 아니고 보향도 아니고 어떤 불편함, 돌이킬 수 없는 잘못 변명할 길 없는 상처 어찌 못할 번민의 덩어리가 되어 이루어진 심신 역한 냄새 애써 감춰가며 지켜야 […]

Read More

노란색 여행용 베개

노란색 표지의 중남미 여행안내서를 찾아 헤매었던 지난 새벽이었다. 시간이야 많다만 돈이 있나 용기가 있나. 지지리도 못난 것이 발로 뛰는 ‘지리상의 발견’은 형편이 못되어서 지도상의 발견이라도 해볼 참이었던지 아무튼 숱한 지명들이 머리속을 맴돌아서 못견딜 지경이었다. 한밤중에 그걸 봐서 뭘 하겠냐만 그 잠오는 베개 없으면 브라질이고 멕시코고 깡그리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기분이라니… […]

Read More

욕망이라는 이름의 정차

그래서 이토록 멈추어 있었던가. 무료함에 지친 저녁, 어느 영화로운 여인에 관한 인터뷰를 보다 욕망에 충실한 여자 주인공이란 말에 끌끌…… 혀를 찼다. 그래, 아무렴…… 그녀는 충실하겠지.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그런 사람도 여럿이겠지. 하면 된다 ― 남들 으랏차차 즐거이 힘을 쓸 때, 게네들 영시기 영차 기꺼이 땀 흘릴…… 그래 그렇지, 그럼 그랬지…… 어떤 불성실한 작자는 면벽으로 수행하고 고적한 […]

Read More

압점

그녀가 사다준 조그만 고무 지압기 지하철에서 샀을까 아니면 길거리 좌판에서 샀을까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에 뭉툭한 바늘이 가득하다 가끔씩 그녀를 생각하며 그걸 손에 꼭 쥐어본다 약간은 시원하고 약간은 아픈 느낌 때로는 그립고 때로는 만지고 싶은 느낌 손바닥을 펴면 압점마다 박혀 있는 수많은 그녀    

Read More

李賀의 마지막 말

목숨 壽 한 획 길고 짧음이 무슨 대수랴 奚囊해낭 속에 천년의 푸른 피 채웠음에 호기로움 도리어 심금 울리네 미처 쓰지 못한 사연들 뿔뿔이 흩어지고 玉樓옥루 높고 좁아 디딜 자리 없으니 먼발치로 그리는 것도 실없는 짓, 비루하게 살고 또 살아 허튼 주머니 털어버리는 것도 多幸이려니     +“상제께서 백옥루를 짓고 내게 記文을 쓰라 하신다.” 이하, A.D. […]

Read More

맹점

레몬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책상 위에 나란히 허브 화분 셋을 갖다 놓았던 날엔 라벤더 언덕의 꿈을 꾸었다 살짝 손을 갖다대기만 해도 풍겨오는 향기가 상큼하기도 하였다 물과 햇살 그 어디서 그런 향이 만들어지는지 참으로 신기한 마법이었다 박테리아 하나의 조직이 웬만한 중소도시에 맞먹는다던데 그럼 이것은 얼마나 대단한 역사인가 생각날 때마다 잎을 흔들며 초록빛 인생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갈수록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