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 시집을 빌려 오려 했는데 알고보니 ‘미국 대표시선’으로 지은이는 ‘프로스트 外…’였습니다. 초겨울의 공원 벤치에서 잠시 책을 펼쳤는데 포우가 나와서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늘 列의 外인 사람이다 보니 外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좀 더 읽어보니 순간의 실망보다는 처음 보는 이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월러스 스티븐즈는 선시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에즈라 파운드의 […]
subconscious-lee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가 궁금해하는 기억 속의 많은 것들을 지난 수십년간 pc통신/인터넷/모바일폰을 통해 찾아내었다. 무척 반가운 것들도 꽤 있었지만 이들의 복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은 여기 합당치 않겠지만, 알지 못함과 찾을 수 없음이 때로는 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전 오래 전에 봤던 어떤 영화의 장면이 문득 […]
채워지지 않는 허기 : 고완형의 이빨
고완 형은 날마다 술을 먹는다. 고완 형의 이빨은 동훈 형보다도 더 나쁘다. 아직도 창창한 청춘일 뿐이었는데 그의 앞니가 몇이나 남아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무엇이 험한 그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는지 부끄러움보다 더한 무엇이 그를 당당하게 만들었는지 망가진 모습 그대로 썬글라스를 끼고 술마시며 술주정처럼 노래를 한다. 무엇이 포크 음악이냐고 물을 필요도 없고 어떤 것이 펑크인지 애써 […]
그대로 그렇게 : a rainy night in soho
예전의 누구처럼 매일의 살아있음이 기적처럼 보이는 사람 ㅡ 그는 참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노래면 노래, 이빨이면 이빨, 술이면 술…… 그냥 끝까지 갔다. 밥 딜런이 ‘앞니 하나 빠진 듯한’ 목소리로 ‘워치타워’를 노래했다면 쉐인 맥고완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담배 피우고 술 마셔가며 노래를 했다. 가끔 마이크에 가리긴 하지만 참으로 보기 난감한 이빨 상태에 대해 숨기는 법도 없이 그대로 […]
yokoversesara
존 레논이나 밥 딜런에 대해 알고 싶은 만큼은 알고 있다. 그들이 언제 무엇을 했고 어떤 사생활을 가졌고 어떤 미발표곡이 있고…… 처럼 깨알같은 지식이 아니라 어떤 느낌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에겐 뮤즈가 되어준 아내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름이 들어간, 내가 오래도록 좋아해온 두 노래가 있어 개인적인 느낌으로 비교를 해봤다. oh yoko!는 1971년 9월에 발매된 <imagine>의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
r. k. b. ◎
얼마 전에 처음으로 본 사진 ㅡ 내게 청춘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심하지만 주민등록증상의) 청춘 시절에 나를 매혹시켰던 어떤 이의 어릴 적 사진이다. 침팬지와 나란히 앉아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음악 보다는 사람 그 자체,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정신과 삶이 그때는 어찌 그리도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음악을 떠난 그는 칩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가구들을 직접 […]
willow weep for me
오래 전이다.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그리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대목조차도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이 부분을 볼 때의 느낌을 여태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봤을 때도 꼭 그대로였다. 위핑 윌로우여서일까…… 윈스턴 스미스의 ‘황금의 나라’, ‘쥴리아 드림’, ‘튜더 롯지’, 그리고 ‘버드랜드의 자장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