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골짝 어귀에서

푸른 치마 아가씨 목화 따러 나왔다가 길손과 마주치자 길가로 돌아섰네 흰둥인 누렁이의 뒤를 따라 달리더니 주인아씨 앞으로 짝지어 돌아오네+   知音에게 알리기도 쉽지 않은 일 ㅡ 빠를 젠 빠르고 높고도 낮게, 나이 이제 열아홉인데 벌써 비파 잡고 다룰 줄 안다며+ 신광수의 넉 줄은 태연스레 그윽하였습니다. 원문을 읽으면 그 노골적인 글자들을 말로 옮기지도 못할 정도였지만요. 峽口所見이라는 […]

Read More

꽤 오래된 시론

그저께 빌려왔던 책, 사흘 동안 안고 산 것은 아니지만 머리 속에선 내내 그랬다. 처음 펼쳤을 때는 모처럼 읽을거리 많은 책을 만난 것 같아 좀 들떴나 보다. 저자, 또는 편역자에 대한 느낌은 아주 조금 달라졌지만 배울 것이 많은 책이어서 그저 감지덕지일 따름이다.  그분의 지지자는 아닐지 몰라도 다른 책들도 빠짐없이 읽고 싶어질만큼. 서두에 있던 박지원의 인용부터가 인상적이었다. […]

Read More

라면 몇 개 안아들고

여섯 시가 되자마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라면 몇 개라도 챙겨야 했던 전운 감도는 시대의 소시민인양 도서관이 휴관한다는 문자에 우습게도 애가 닳았나 보다 꽤 두꺼운 시집 세 권에 다른 책 두 권을 보태어 대출 권수를 채웠다 생각지도 못한 분의 생각지도 못한 글이 나름 반가웠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오래된 새로움이 가득하였다 “경운기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쓰던 시절처럼 숨을 곳 없는 […]

Read More

srs #3. querência

벌써 너닷새째 골골골이다. 콧물로 해서 코밑은 헐었고 기침은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는다. 잠을 잘못자서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최근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턱이 아파서 입도 잘 못 벌리겠다. 그렇지만 그 어느 하루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vitor ramil 의 노래로 알게 되었던 께렌시아, 얼마 전 어느 정치인께서 고상하게도 께렌시아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관해 여지를 남겼다. 입에 담지도 […]

Read More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엄마와 너댓살 되어보이는 아이가 여름 같은 봄날의 오후에 놀고 있었다. 어느 순간엔가 처음 본 그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눈이  마주쳤는데 다시 보니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늘막 위로 올라가버린 것이었다. 너무 높아 꺼내기도 곤란한. 나즈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는 뒷쪽으로 돌아서 가봤으나 나무가 빼곡히들 자라 있어 비집고 들어갈 […]

Read More

봄길, 그리고 엘 꼬세체로

엘 꼬세체로는 라몬 아얄라가 쓴 옛 노래다. 소사를 포함한 가수들이 조금 옛스런 스타일로 노래했으나 아르헨티나 출신의 차로 보가린과 디에고 뻬레스가 짝을 이룬 또놀렉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목소리에서 오는 뭔지 모를 헤픈 느낌에 아련한 분위기의 피아노 소리는 몇해 전 어느 한때 약간의 중독성을 띠고 내게로 왔다. 아래의 동영상은 또놀렉의 라이브보다 이들 노래의 미묘한 […]

Read More

그 집 앞

사무실 오는 길에 세탁소에 들러 옷 두개 드라이 맡겼다. 아파트 바로 위에 세탁소가 있어도 굳이 옷을 들고 이곳까지 온다.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이분께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고 최근에 할머니가 안보이는 날이 많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그저 인사나 하고 아무 때나 천천히 찾으면 된다고 재촉하지 않을 뿐이다. 몇몇 가게가 잇달아 폐업을 했던 자리에 들어선 빨래방 앞을 […]

Read More

가릭 (이고르) 슈카체프

고란 브레고비치 때문이었다. 나이값 못하는 건달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요상하게 치장한 채 난장판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그렇다고 펑크록을 하는 노장들도 아니고 나를 데려가세요 ㅡ “울릉도 트위스트”를 표절한 듯한(?) 한물간 스타일의 노래에 이토록 떠들썩하게 열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우습지도 않았다. 하지만 “뻔하고 저질스런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 얄궂고 싼티나는 모습 속에 이상하게 끌리는 구석이 […]

Read More

해결하지 못한 에러

사흘 정도 홈피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어제는 그 절정인 듯, 거의 온종일 작동이 되지 않았다. 서버를 이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워드프레스만 먹통이었다. 현재 원인으로 추측되는 세가지는 1. 케이보드 게시판의 문제 2. 게시판 자료가 포함된 데이터베이스의 문제 3. 워드프레스 현재 버전의 문제(설치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좀 이상했다) 4. 바이러스 다. 게시판에 […]

Read More

관제엽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postcard에 비해 이름도 얼마나 분위기 있었던가 ㅡ 문자 메시지와 sns가 없던 옛 시절에는 엽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걸로 응모도 했고 모임도 알렸고 노래도 신청했고 안부도 물었다. 누가 본다고 한들 그대 아니면 의미없노라던 그 나이브한 방식은 또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었던가. 편지나 엽서나 오고 가는 속도는 다를 바가 없었지만 엽서에는 난데없는 청춘의 냄새가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