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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슬리는 말했다

내가 그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20년, 어쩌면 30년 쯤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여름 날, 몇 번인가 거기서 영화의 한 대목을 찍기도 했던 오래된 목욕탕 맞은 편의 더 오래된 단층 건물에 자그마한 카페가 생겼다. 이름은 <더 프라이빗>이다. 영화를 찍은 거리라곤 하지만 오래되었을 뿐, 그다지 분위기 있지도 않는 이 동네에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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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를 쓴다는 꿈

적어도 수십년 전, 장터도 아닌 외갓집 앞 포장도 되지 않은 길 한켠에서 약장수가 판을 벌였다. 둘 다 한 자 정도 크기나 되었는가 모르겠다. 주인공은 그다지 멋져 보이지는 않았던 장난감 로봇과 몸서리쳐지도록 커다란 기생충을 담아 둔 유리병이었다. 시원찮은 말주변으로 약장수는 슬그머니 로봇 자랑을 했다.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그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앞쪽의 나사 구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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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버린 노트 한 장, Batatinha

Batatinha(Little Potato)는 ‘쌈바의 시인’이라 불리우는 브라질의 쌈비스따다. 하지만 그는 대개의 쌈비스따처럼 기쁘거나 슬퍼거나  활력이 넘쳐나는 리듬 대신 어딘지 내향적이거나 심지어 자기성찰적인 느낌을 주는 느리고 정적인 쌈바를 택했다. 제목 또한 기존 음악들과는 많이 다른 성향을 보여주며, 그의 쌈바엔 현악기의 사용도 자연스럽고 느릿한 노래들이 더 많다. 그의 모습을 보면 젊은 날에도 새하얗던 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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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reast bone harper +

they made a harp of her breastbone, whose sound would melt a heart of stone. they took three locks of her yellow hair, and with them strung the harp so rare. /cruel sister, pentangle   헤아리기도 곤란한 시간 저편의 어느 나른했던 오후, 이어폰을 꽂고 엎드려 잠이 들었는데 어떤 목소리가 꿈결처럼 부드럽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움은 금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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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잘못된 세계에 떨어진 어떤 이에 관한 단편을 읽은 적 있었다. <클락워크 오렌지>의 작가가 쓴 소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이의 소지품 가운데 세익스피어의 작품집이 있었던 것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그 세계에 잡혀 글을 쓰는 괴물에게 작품을 갖다바치는 이야기였다. 괴물 작가(?)에게는 미지의 세계로부터 출현한 인간들이 뮤즈였던 셈이다 ㅡ 뮤즈의 종말은 비참했지만. 뮤즈라면 또 생각나는 가수는 보싸노바의 뮤즈란 별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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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b.

알 파치스타일지 씨루 파치노일지 조금 삭은 알 파치노를 생각나게 하는 파서 출신의 이 타악기 연주자는 슬라이드/페달스틸 기타의 그렉 리즈처럼 숱한 앨범과 라이브에 참여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의 퍼포먼스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실험적이고 상큼하면서도 정열적이다(가끔은 정신과 합동치료 같이도 보인다.ㅎㅎ). 역시나 예측 불허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존 존/마크 리봇과 오래도록 함께했으며 뉴 자이언 트리오와의 협연도 인상적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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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애사

주차공간에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오면 부득불 중평행주차를 하고선 폐가 될까 염려하여 새벽에 나와 빈 자리를 찾아 차를 옮기곤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용 주차공간은 대부분이 남는 자리여서 밤늦게 들어온 차들은 통상적으로 그곳에 주차하곤 했다. 장애인용 주차표식을 단 차량들이 주차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는 단 한번도, 어떤 경우에도 장애인용 주차공간에 차를 세운 적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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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칼리푸사, 안토니오의 노래

오래도록 나는 ‘라 칼리푸사’가 술집 내지 클럽의 이름이거니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것은 ‘la, california, usa’의 아나그램이었다. 마이클 프랭스의 antonio’s song은 달달하기만 하고 그 노래가 안또니우 까를루스 조빙의 음악을 잘 표현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다. ‘프레부'(헤시피 축제의 쌈바/리듬) 같은 삶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그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더불어 ‘mpb’, 그러니까 ‘무지까 빠뿔라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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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b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 오고 체전부(遞傳夫)는 이따금 ‘하도롱’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愁心)이 생겼나 봅니다. 나도 도회(都會)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 /산촌여정, 이상 그래도 좋았고 아니라도 좋았습니다. mjb의 향기, 그건 연인의 이니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커피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 찾아볼 생각은 한번도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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