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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대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판 것도 아닌데 이 무슨 변고인지 놀라운 작품들과 작자들이 부지기수로 발굴되고 있다. 역사는 이 대단한 발견의 시대를 시인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고 우스운 시대, 언제 몰래몰래 열심히들 하셔서 단에 오른 것인지 영화배우 교수님도 시인, 연극배우도 시인, 인간문화재 하다가도 시인, 젊은 배우 엉덩이를 툭툭치며 연애를 꿈꾼다던 연출가께서는 오래전부터 시인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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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저분한 이야기

尿酸/uric acid 퓨린 유도체로서 탄소, 산소, 수소, 질소 등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이다. 동물의 배설물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사람의 오줌에는 하루에 0.6~1.0g이 배출된다. 화학식 C5H4N4O3. 맛과 냄새가 없는 흰색 결정이며, 에탄올 에테르에는 녹지 않고, 물에는 약간 녹는다. 가열해도 융해하지 않고 400℃ 이상에서 분해한다./두산백과사전     요즘 말로 ‘극혐’이다. 변명의 여지도 없다. 혼자 쓰는 사무실 화장실이 정말이지 무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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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술고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헨리 치나스키를 무척 좋아했다. 바텐더와 돈을 나누는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돌아간 술집의 시끌벅적한 풍경도 그랬다. 그리고 그가 어느 정도는 찰스 부코스키 자신일 것이라고 기대도 했다. 시집 <사랑에 대하여>는  매우 사실적인만큼 노골적이었다. 또 터무니없는 허세를 펼쳐보이다가도 가끔은 나름의 방식으로 기품도 있었다. 그게 시인지 아니면 짧은 이야기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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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와 함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책에 대해 아는 바도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책을 펼치면 몇줄을 읽지도 못한 채 나는  난독증에 빠지곤 했다. 어쩌면 건조한 묘사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모자람이 비할 수 없이 확실한 원인일 것이다. 어슐러 르 귄의 모든 작품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당연히, 그리고 운좋게도 <오멜라스를 떠나가는 사람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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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온종일 비가 왔었다. 돌아오는 길, 길모퉁이 부식가게가 열려있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는 겉옷 주머니에 천원짜리 몇장을 넣어두고 밖으로 나섰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부식가게에 들러는 날이 오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생활력 강해 보이는 아주머니지만 이제는 부식가게라는 것이 추억 속의 거리에나 있는 법이어서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엄동설한의 좁은 골목에서 김장일을 대신하기도 하고 야채 트럭을 운전하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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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mell the coffee

이름을 듣고 또다시 보게 되네 풀에 핀 꽃들 /데이지   아마도 2001년이었을 거다. 앨범 타이틀만 해도 마음이 움직였는데 거기 어찌 못할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never grow old”가 있었다. 그녀 dolores o’riordan이 “forever young”이라고 노래할 때 내 마음도 어딘가를 향해 노래속의 새처럼 달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의 길이란 오직 단 하나뿐이어서 이 노래의 서글픈 역설은 절대 지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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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stless wind inside a

달리 들을 길이라곤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 노래는 이상하게 귀에 익은 느낌이었다. 라디오가 거의 유일한 채널이었던 시대였지만 그래서 귀에 익은 것이 아니라 기시감, 아니 ‘기청감(déjà entendu)’을 불러일으켰고 묘하게도 그것은 돌아갈 길 없는 시간 또는 장소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간 <let it be> 버전도 좋았지만 ‘세계 야생동물 기금’에의 기부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에 수록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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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stless wind inside a '

달리 들을 길이라곤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 노래는 이상하게 귀에 익은 느낌이었다. 라디오가 거의 유일한 채널이었던 시대였지만 그래서 귀에 익은 것이 아니라 기시감, 아니 ‘기청감(déjà entendu)’을 불러일으켰고 묘하게도 그것은 돌아갈 길 없는 시간 또는 장소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간 <let it be> 버전도 좋았지만 ‘세계 야생동물 기금’에의 기부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에 수록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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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시도

아마 1987년 12월이었을 것이다.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민가를 만날 수 있는 깊은 산골 호젓한 숲속을 홀로 거닐었다. 담배 연기 가득했던 가슴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풀려났고 온통 눈덮인 개울가 바위 아래 고드름을 떼어먹으며 즐거웠다. 얕은 숲 사이 어딘가 잠깐의 봄날인양 눈도 쌓이지 않은 공터가 나는 아까웠다. 꽃과 같은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 사잇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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