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무렵 당시 유명했던 어떤 소설가와 기자가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발간한 에세이집을 읽은 적이 있다. 이란과 터키에 대해 나름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느낌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앵커맨도 시를 읊는다는 이야기와 딱딱한 설탕을 녹여가며 마시는 차, 그리고 우스쿠다라가 생각난다. 또 일본에서 만들어진 실크로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기타로의 애잔한 테마와 방송이 끝날 때마다 […]
그래서 보옥의 꿈을
가보옥이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를 보르헤스에서 읽은 적 있다. 보옥이 (꿈에) 자신의 집과 흡사한 집에 들어가 비슷한 여인들을 만나고 비슷한 꿈을 꾸었다는 자신을 만나고 깨어나는 이야기인데 <홍루몽>을 읽은 적이 없어 어느 대목에서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천일야화의 사연이 담긴, 그러니까 세헤라자데가 샤 리아르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남 이야기처럼 하는 것이 1001일 가운데 어느 밤이었는지 찾아냈듯이 보옥의 꿈을 […]

heitor dos prazeres
슬프기 보다는 행복한 게 좋아 행복한 건 가장 좋은 일이고 그건 네 가슴 속의 빛과 같지 하지만 아름다운 쌈바를 만들려면 많은 슬픔이 필요하지 많은 슬픔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쌈바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네 /축복의 쌈바,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이상, 브라질 음악을 미친 듯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세련되고 멋진 음악들이 어떻게 […]
내 여덟 살에게 ◎
1. 여름엔 삶은 옥수수도 가끔 사고 겨울엔 어묵을 사가곤 하는 길모퉁이 부식가게, 그녀가 등 돌린 채 앉아 있다. 바깥은 이토록 봄날인데 닫힌 창문 너머로 일없이 앉아 있는 그녀의 잔기침 소리가 들린다. 김장이든 부식이든 일만 있다면 밤을 새워서도 즐거이 움직일 분이건만 이렇게 환한 아침 어둑한 실내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 2. 유치원 아이들이 손잡고 봄나들이를 간다. […]

당신이 잊어버린 나무
el árbol que tú olvidaste siempre se acuerda de ti, y le pregunta a la noche si serás o no feliz. 유팡키라는 성을 지닌 그 이름을 듣기 수십년 전부터 아타왈파는 내게 있어 가슴에 맺혀 있는 이름입니다. 오래도록 중남미의 역사에 매혹되었던 내게 있어 아타왈파는 가장 드라마틱한 상징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왕조가 몇대 이어지긴 했으나 그는 스페인에 정복당한 […]
거북의 시간 화살의 시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항하강 흐르는 물 내지 사방 넓은 바닷물이 많겠느냐? 너희들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음에 윤회하면서 흘린 눈물이 많겠느냐? /잡아함경 938. 누경(淚經) 짝이 없는 오직 한마리, 온종일 좁은 어항에 갇혀 홀로 지내는 삶이 어디서 왔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어항 씻고 먹이도 주지 않은 하루 스물 네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알 […]
이제는 흩어져버린 이름이지만
들은 이야기라 언제였던가는 잘 모르겠다. 원주에서 어떤 세미나가 있었고 네 살 많은 나의 누나 또한 발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이○ 교수 발표 밖에 들을 게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해마다 참석했으면 한다고 했었단다. 준비도 물론 열심으로 했겠지만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까닭이리라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