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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염진통제

꼬깃꼬깃 접혀 있는 깨알 같은 사연들 효능보다는 구구절절 부작용에 대한 변명이 열배쯤 많은 설명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빛깔도 잃고 그저 굴러다닌다 구의 표면에 찍힌 점들처럼 모두로부터 멀어져가며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혼몽 속에서 필요한 것은 작은 알약 하나 부작용이 넘쳐나는 작은 알약 하나 꼬깃꼬깃 접혀 있는 붉은 칸 어딘가 증상과 부작용 사이 효능과 금기사항 사이 수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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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it's still for you and me ◎

보르헤스의 트레저 아일랜드 ㅡ 최근에 구입한 스티븐슨의 단편집 첫 페이지를 펼치니 그가 쓴 헌정사가 있었다.(정확히 하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에 수록된 헌정사다.) 사촌이었던 캐서린 드 마토스에게 쓴 긴 편지시의 일부라고 하는데 인상적인 헌정사라는 점에서 칼 세이건을 생각나게 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우리 인연이 끊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군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바람 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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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it’s still for you and me ◎

보르헤스의 트레저 아일랜드 ㅡ 최근에 구입한 스티븐슨의 단편집 첫 페이지를 펼치니 그가 쓴 헌정사가 있었다.(정확히 하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에 수록된 헌정사다.) 사촌이었던 캐서린 드 마토스에게 쓴 긴 편지시의 일부라고 하는데 인상적인 헌정사라는 점에서 칼 세이건을 생각나게 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우리 인연이 끊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군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바람 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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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팬터시

열아홉살 무렵 당시 유명했던 어떤 소설가와 기자가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발간한 에세이집을 읽은 적이 있다. 이란과 터키에 대해 나름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느낌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앵커맨도 시를 읊는다는 이야기와 딱딱한 설탕을 녹여가며 마시는 차, 그리고 우스쿠다라가 생각난다. 또 일본에서 만들어진 실크로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기타로의 애잔한 테마와 방송이 끝날 때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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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옥의 꿈을

가보옥이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를 보르헤스에서 읽은 적 있다. 보옥이 (꿈에) 자신의 집과 흡사한 집에 들어가 비슷한 여인들을 만나고 비슷한 꿈을 꾸었다는 자신을 만나고 깨어나는 이야기인데 <홍루몽>을 읽은 적이 없어 어느 대목에서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천일야화의 사연이 담긴, 그러니까 세헤라자데가 샤 리아르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남 이야기처럼 하는 것이 1001일 가운데 어느 밤이었는지 찾아냈듯이 보옥의 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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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무엇에 관한 노래인지 처음엔 잘 몰랐다. 그저 에프랏 벤 주르 efrat ben zur의 비명처럼 들리는 고음에 묘하게 끌렸을 뿐이다. 어떤 고통, 무슨 몸부림이 거기 있을까 상상하면서. 그녀가 노래하는 괴로움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싶었기에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의 시라는 부제가 붙은 로빈이라는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조금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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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tor dos prazeres

슬프기 보다는 행복한 게 좋아 행복한 건 가장 좋은 일이고 그건 네 가슴 속의 빛과 같지 하지만 아름다운 쌈바를 만들려면 많은 슬픔이 필요하지 많은 슬픔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쌈바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네 /축복의 쌈바,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이상, 브라질 음악을 미친 듯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세련되고 멋진 음악들이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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