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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의 이름뿐인 성

나는 시냇물 소리에서 가을을 들었다. 마개 뽑힌 가슴에 담을 무엇을 나는 찾았다./이상   그저 어려울 뿐 애써 알아야 할 의미도 없지 복잡하다고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유구하고도 쓸모없는 버릇처럼 남은 이름들일 뿐이지 붉디 붉은 부끄럼 같은 까베르네 쇼비뇽, 쇼비뇽 블랑 하얗게 이 마음 회쳐지고야 말 샤르도네, 리슬링 대체 무엇인지 어디 어디 말씀인지 무똥까데 카사리토무스카토다스티 군트럼슈페트레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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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오도독

여기 잠들다 ㅡ 그것은 무한에 가까운 복잡한 암호체계였건만 그는 극소수의 무엇인가에만 쏠렸다. 애써 해독해낸 놀라운 문장들. 하지만 어떤 것은 형편없는 오독이었고, 나는 그것에 어찌할 바를 모르곤 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비슷하였고 내일도 딱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가온 오늘…… 반투명에서 투명으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유명을 달리한 유령이었다. 불가해한 세계를 홀로 그리며 이해하기를 좋아했으나 스스로는 결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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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의 영원

Dreams for Sale The Twilight Zone, 1985 (Tommy Lee Wallace)   <매트릭스4>가 나온다고 들었다. <매트릭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화려한 비주얼로 채워진 이후의 시리즈들로 해서 인상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4편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은 조금 흥미로왔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네오의 눈이 멀고 트리니티가 죽었다는 ‘현실’이 또다른 단계의 가상현실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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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e : 돌아가지 못한 밤

J. J. Cale, 1974.     케일은 이미 꿰고 있던 시절이었고, CD 앨범도 당연히 갖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조빙의 몽롱한 브라질을 보고 들은 이래 내 마음은 온통 “질서와 진보”라는 구호가 새겨진 국기를 지닌 나라로 가 있었고, 오직 Garota de Ipanema가 내 곁을 채우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영국에서 잠깐 한국에 왔고 그때까지 두 사람 사이가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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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지 못한 모든 시간

이름마저도 햇살 가득했던 그곳, 밀양. 열네살 즈음 라디오에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듣고는 무척 좋아했다. 아홉살에 부산으로 전학 온 나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유년기에서부터 내 생각은 안으로 안으로만 향했던 것 같다. 소니 카세트라디오와 학생애창365곡집에서 얼마나 많은 고향을 그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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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털달개비, 접시꽃 화분 전해주신 할아버지께서 예고없이 오셨다. ‘남묘호렌게쿄’를 믿는 분이신지라 모임에 발표할 글 때문이었다. 일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접혀지고 구겨진 봉투 셋을 꺼내서 주셨다. 접힌 봉투마다에 불편한 손 떨리는 손으로 쓴 꽃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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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 : see you down the road!

커브를 돌면 절벽이 나오는데 수백 마리의 제비 둥지가 절벽에 붙어 있었어. 온 사방으로 제비가 날면서 물에 비치는데 마치 내가 제비와 함께 나는 것만 같았지. 내 밑에도 있고 내 위에도 있고 내 주변 모든 곳에 있었어. 제비 새끼들이 부화하면서 알껍데기들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녔어. 작고 하얀 껍질들 정말 멋있었어.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어. /스웽키, 노매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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