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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기 심장

귀를 대어보세요. 그녀의 가슴이 째깍거립니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들리는 법 한 시간이 한순간처럼 지나갑니다. 다들 그러하듯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그곳 그냥 그대로 얼어붙은 초점입니다. 그러던 내 가슴에 손 얹어보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귀를 대어보세요. 다들 그러하듯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도무지 이길 길 없어 멈출 법도 했건만 한 번쯤 참지 못해 달아날 법도 했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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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하는 여인

그녀의 허리 아래에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아 구겨진 삶을 힘없는 어깨로 펴보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늘어트린 그녀의 머리칼처럼 기운 없는 하루가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아 청색시대는 이미 저물어버렸을 그녀, 그녀에게 준비된 새로운 캔버스가 있다면 믿기 힘든 추상같은 현실일 것이야 사연 없어 사연 많은 고된 하루, 남달라서 할말 없을 지루한 삶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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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연 꽃을 찾아

당시에 부쳐   장강이 심산으로 흐른다던가 달빛이 불야성을 흐린다던가 한시 두시 옛 시절로 밤 깊어가니 그때 당시 분간할 마음 마냥 저어하네 봄날 다 가고서야 매화 반겨 핀다던가 아쉬움이 임을 이 밤 모신다던가 한시 두시 읊조리다 눈 부빌 때면 미련한 심사인양 꿈결로 저어가네 얼어붙은 강을 따라 새겨둔 마음 이 밤에사 다 풀리어 소식 당도했던가 저 하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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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빛

눈 씻고 다녀도 눈 만나기 어려운 곳 앞에 두고 눈 그리라 하십니다 마저 치우지도 못한 잠자리 눈부신 어지러움 아직 남아 있는데 제 눈의 잘못일랑 젖혀 두시고 눈 온 아침 애꿎은 풍경더러 구차하다 하십니다 북방에 있는 어여쁜 사람+ 한 사람의 빛깔이 세상 기울인다더니+ 깜빡이던 간밤에는 눈빛도 그윽하였습니다     +이연년 李延年의 시 한 구절.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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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비코즈

비코즈는 가을, 가을은 비코즈 무그 신쎄사이저의 풍성하고도 느릿한 흐름처럼 잡힐 듯 아득한 파아란 하늘의 뭉게구름이여 비코즈는 이별, 이별에는 비코즈…… 왜냐면 그 노래는 우리가 아주 어린 아이였거나 별자리 저 너머에 숨겨져 있는 꿈이었을 1969년 9월 1일에 녹음 되었고 이후 그들은 뿔뿔히 흩어졌으니까 왜냐면 비코즈, 가을이니까 한 가지에서 나고도 가는 길 모르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묻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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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애인 찾기

*어떤 시/집에 부쳐   선생님, 그런데요 착한 애인이 없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잘생기고 좀 모자란 도움이 필요한 남자니까 한번 봐주시구려. 아무리 뒤져봐도 착한 애인은 없다네가 없어요. 어중간한 늦여름 날씨에 도서관 안쪽 귀퉁이에 십분 너머를 쪼그리고 앉아 땀 범벅이 되도록 찾아 헤맸으나 그것만은 찾지 못했다오. 수십년 동안 보고 겪은 것 또한 비슷했다오. 책 집어들면 원하는 페이지 척척 펼쳐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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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어떤 것

따사로운 봄볕 아래 가늠키 힘든 그늘 자라고 있어 내 차라리 밤을 그렸네 점멸하는 별처럼 수많은 이름을 지닌 바램 가운데 단 하나, 출구를 향하여 빛의 기운이 몰리어 갈 때 마냥 깊어지고 시간과 우주의 고독한 종말을 향해 속절없이 팽창하던 밤, 그리고 밤의 어떤 것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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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밝혀지는 수요일의 진실

  수요일과 관련하여 긴 세월에 걸쳐 소소한 글을 몇번 썼었고 몇해 전엔 거의 완결의 의미로 <이제사 밝혀지는 수요일의 진실>을 썼었다. 그런데 ‘웬즈데이 차일드’에 관한 또 한번의 반전이 있어서 원래 글을 그대로 옮기고 끝에 사족을 달았다.   ‘Wednesday’s child is a child of woe. Wednesday’s child cries alone, I know. When you smiled, just for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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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Doves Cry

어릴 적 팝송이란 걸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갖고 있던(사실은 내것도 아니었던) 단 하나의 카세트 테이프엔 ‘팔로마 블랑카’란 노래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 가사를 보며 즐거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봄날의 작은 새처럼 조잘대던 새하얀 비둘기는 너무 쉽게 날아가버렸고(88올림픽 성화대에서 한순간 사라져버린 비둘기들처럼!) When doves cry의 기타가 잠시 마음을 흔들고 <더 월>의 한 장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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