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가량 지하철 타고 처음으로 갔던 병원에서 대신 받은 처방전에는 여섯 개의 약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네 개의 알약은 날짜별로 포장되어 있었다. 둘은 따로 종이곽과 플라스틱 케이스로 받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두 종류는 드시지 않는다. 약 먹기 전부터 사진 찍고 또 사진 찍고 뭔가를 폰에 메모한다. 이쑤시개로 조심조심 신중하게 봉지를 뜯는다. 그리고 아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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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where You Are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 이외에 John Lefebvre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그는 작가이자 기업가이며 요즘의 폭염에서 실감하게 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무명의 신인가수(?) 앨범에 대단한 연주자들이 몰렸는지는 조금 미스터리하지만 에밀루 해리스의 남편이었던 프로듀서 Brian Ahern의 공이 컸던 것 같다. 그는 T Bone Burnett(기타리스트/제작자)을 연결시켜 줬고 잇달아 Jim Keltner(존 레넌, 밥 […]
“카카오 씨앗”에 관한 부연
내가 쓴 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사설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에 대해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우연히 구글 바드 테스트하다 카카오 씨앗의 초기 버전을 올렸더니 시라고도 하지 않았고 해석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심지어 제목도 빠트렸다) 시로 이해하고 나름의 설명을 하였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는데 우선 AI의 해설을 살펴보고 내 이야기를 덧붙일까 한다. […]
존 레넌, 하이쿠, 궁금한 너의 창가
다만 그 그늘에 놀며 풍우에 쉬 찢겨짐을 사랑할 뿐이로다. /마츠오 바쇼 존 레넌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밥 딜런 보다는 그 사람을 훨씬 좋아한다고 느낀다. 음악에 국한해서라면 (그의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 언제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는 존 레넌보다 딜런을 더 즐겨 듣는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생각은 한참 다르다. 오늘은 오노 […]
카카오 씨앗이 香을 얻기까지
몰타의 절경이 강풍에 무너졌다 ‘아주르 윈도우’는 사라졌어도 그 너머 하늘빛은 변함이 없다 형상을 잃어버린 초콜렛의 맛처럼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책속의 초콜렛 포장지처럼 어느 날 남아 있는 책 펼치다 책갈피인양 꽂혀 있는 초콜렛 포장지 하나를 발견했다 한 시절이었다 초콜렛 하나 사는 것도 녹록한 일은 아니어서 미련과 아쉬움에 흐릿한 香이라도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찰나였다 순간이었다 오래된 […]
Gee whiz, I’m……
몇해만에 <스타맨 Starman>을 다시 봤다. 1984년의 SF영화는 더욱 촌스러웠다. <브라질>(1985)이나 <블레이드 러너>(1982)와 비교하면 더 그런 느낌이다. 제프 브리지스를 꽤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외계인 연기는 (인간으로의 적응 과정이라지만) 안드로이드 로봇처럼 행동하는 것이 좀 어색해 보였다. 차라리 표정 없는 ‘스타맨’ 데이빗 보위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소박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 허술한 느낌이 드는 이 영화가 묘하게도 […]
그 밤의 이야기, 미장아빔(Mise en Avyme)
그것은 코엘료의 어설픈 우화에 대한 글쓰기에서 시작되었다. “꿈을 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천일야화>의 어디에 나오고 보르헤스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여기저기 책을 뒤졌다. 그것은 351번째 밤이 아니라 범우사 버턴판 기준으로 그것은 352번째 밤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