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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ingle man, 확실한 內傷

그렇지 않았으면 찾지 않았을 것이다. <녹터널 애니멀즈>의 불편함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 싱글 맨>을 통해 감독에 대한 느낌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뜻밖이었다. 원작자와 감독이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퀴어 영화라고 한다면 당연히 퀴어 영화겠지만 성적인 정체성보다는 상실과 복원이라는 관점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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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기억을 소재로 한 최근의 영화를 봤다. 아주 대충 봐서 영화에 관해선 뭐라 말도 하지 못하겠다. 알다시피 기억이란 굉장히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며, 뜻밖에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과거에 대한 완벽한 기록이 있다고 한들 희미한 기억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심지어 까마득히 잊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낌은 남아 있음을 나는 안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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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 방향

그게 2000년대의 중반이었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르귄의 단편집이 나온 것을 보고 곧장 구입했다. 아마도 세부 쯤 구해서 하나는 선물을 했고, 잘 펼쳐지지 않는 작은 책이 불편했던 나는 책을 잘라 링으로 묶었다.(선물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어딘가에 원본 그대로의 책이 또 하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여전히 다 읽지 못했다.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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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한 줄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흥얼거리다 문득 밤하늘을 바라 보았지 별 하나 찾기 힘든 그곳,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일이었지 /창백한 푸른 점     어릴 적에 본 학원사의 <코스모스>는 우주에 대한 상상의 보고였다. 지름 10만 광년의 은하에 수많은 별이 모여 있는 도판을 보면서 무한에 관한 수많은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교양서적이라면 교양서적일 뿐이겠지만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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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hook

이들의 스테이지를 보면 먼저 눈쌀이 찌푸려질지도 모르겠다. 양아치 같은 인간들이 지저분하고 게걸스런 분위기로 노래하는데다 민망한 장면들도 없지 않다. 술 내지 약에 쩔은 듯 싶고 (누구는 그 몽롱한 세계를 거창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다듬어 “a day in the life”를 만들고 어떤 이들은 살짝 미친 듯 뉴올리언즈의 위치 퀸 “마리 르보”를 노래한다) 싸구려 같은데 묘하게 편안하고 막나가는 듯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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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에게 ◉

장안에 한 젊은이 있어 나이 스물에 마음은 벌써 늙어 버렸네   이하의 시는 이렇게 시작했다. 젊어서도 젊은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두 줄에서 벌써 ‘진상’을 보았다. “진상에게”의 진상은 이하와 비슷한 연배의 품격있는 청년이었던 것 같지만 그 진상이 허접한 어떤 이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보니 자꾸 엉뚱한 것만 더 눈에 들어온다. 진상은 허상이 되고 거기에서야 진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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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살인의 추억

“치정살인”이란 단어는 내가 썼던 그 노래에 대한 가장 간략한 정의였다. 본인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래도록 연결이 끊어진 채인 그가 플로라를 알게 된 것은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리던 내 손끝에서였다. 그런데 이 단어를 친구의 아이디로 들어간 고등학교 동창 ‘밴드’에서 보게 되리란 생각은 정말 못했다. (현재 내 폰에는 ‘밴드’도 ‘페이스북’도 없다. ‘카톡’을 쓸 일도 없다.) lily of t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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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전전

세월따라 노래따라인지 방향만 바뀌어 교묘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에 귀를 기울인다 잔잔잔잔 하면 떠오르는 운명 느린 듯 장중하게 어쩌면 음침하게 잔잔잔잔 그리고 나의 어이없는 운명 같은 전전전전 반추는 울증의 전조라는데 전전전전 앞전은 뒷전으로 밀린 채 오직 앞전으로만 가는 운명 씹고 또 씹어 누군가의 죄 대신 십자가 대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씹어대는 전전전전 가려도 가려도 절로 나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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