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사이로 이어진 길의 끝에는 표지석이 있었고, 동판에는 “에임즈 포인트”라는 단어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호수는 1999년 12월에 잠시 들렀으나 에임즈 포인트까지 간 것은 다음 해 여름 걸어서였다. 이상하게도 표지석 제일 첫줄에 적힌 문장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영영 되살리지 못할 기억인양 가물가물했으나 나는 꼭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2000년 여름에 찍었던 사진조차도 글자를 읽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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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 Ask me why
재개발 플래카드로 어수선한 아파트 위쪽 입구 오른편에는 작은 편의점이 있고, 한 칸 건너 아담한 가정집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이 동네 전체가 한적한 주택가였으나 이제는 주변에 원룸 빌딩이 너무 많이 들어서서 좀 삭막한 분위기다. 그래서 몇해 전 그 집을 새로 단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좀 위태로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것이 너무 낯설어져버린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
Central do
오랫동안 못 부칠 편지만 써왔습니다. 모든 것이 그립다지만+ 전하지 못할 마음만 전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짧은 편지 또한 진실과 시적 진실 사이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피치 못할 마음의 한가운데, 하지만 애써 한켠으로 비켜 두근대는 내 마음의 正中央입니다. 2024년 1월 4일 돌아가지도 속하지도 못한 시간과 기억의 변방에서, 무치. Central do Brasil, Central […]
21세기 민주공화국
사무실 오는 길,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 가끔 높으신 나으리가 지나가는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지 사무실 가는 큰 길에 안보이던 경찰들이 나와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어제도 비슷한 시간대에 예행 연습 같은 것이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인도 신호등이 네 번, 다섯 번은 바뀌었을 시간인데도 형광색 조끼를 입은 […]
셰인, 셰인, 셰인
‘아이리쉬 맨’ Shane MacGowan이 세상을 떠났다. Pogues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아일랜드 포크 음악과 펑크 스타일이 교차하는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밴드였고 이들의 거의 모든 이미지는 맥고완(He Is a Man You Don’t Meet Every Day!!)으로부터 왔다. 그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봤을 때는 누구처럼 시들시들해도 아직 괜찮구나 했는데 퇴원 일주일만의 일이다. 한 달 쯤 전에는 병원에서 […]
白い恋人, 시로이 코이비토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연주곡 가운데 “하얀 연인들”이 있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공식 다큐멘터리 테마곡 “13 Jours en France”인데 (일본의 영향인지) “하얀 연인들”로 알려졌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프랑시스 레)의 작품이다. ‘세미 클래식’이란 쟝르에 어울릴법한 그런 류일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동계올림픽은 이 곡으로 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옛시절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