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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사랑받은 한편

몇 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긴 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줄엔 행복이 묻어 있었고 어떤 줄은 금세 끊어질 듯 위태롭게 떨렸습니다. 산문이 되었다가 모르는 사이 운을 맞추기도 하였습니다. 줄인다고 줄여지지도 않고 애써 늘인다고 늘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쓴 것도 아니고 혼자 읽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동자 속에 몇 개의 형용사가 있었는지 수더분한 옷과 재빠른 걸음걸이가 3/4조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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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나무 끝의 부용화 산 속에서 붉은 봉오릴 터뜨렸네 개울가 집이라 적막하여 인적 없는데 어지러이 피었다간 또 지는구나 /신이오, 왕유 木末芙蓉花  목발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  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  분분개차락 /辛夷塢, 王維   그 이름을 기억하거나 외우고 간직하는 것만이 영속성을 보증하는 틀림없는 방법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 ㅡ 사람들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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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카

ㅡ 금지곡을 위하여   달려, 불꽃이 날리기 시작했지 굉음이 터져야 할텐데 모기 소리만큼도 들을 수 없었어 터널로 들어섰는데 바깥이 더 이상해 보였어 사실은 그 바깥이 정말 터널 같았지 난 시계가 고장난줄 알았어 계기판이 빙빙 돌아 미친줄 알았지 그걸 좋아하니 너도 알 수 있을 걸 느끼고 싶어하니 너도 가고 싶을 걸 가로등이 휘어지면서 앞길이 옆으로 펼쳐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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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카

ㅡ 금지곡을 위하여   달려, 불꽃이 날리기 시작했지 굉음이 터져야 할텐데 모기 소리 만큼도 들을 수 없었어 턴넬로 들어섰는데 바깥이 더 이상해 보였어 사실은 그 바깥이 정말 턴넬 같았지 난 시계가 고장난줄 알았어 계기판이 빙빙돌아 미친줄 알았지 그걸 좋아하니 너도 알 수 있을 걸 느끼고 싶어하니 너도 가고 싶을 걸 가로등이 휘어지면서 앞길이 옆으로 펼쳐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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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19XX년 처음 무지개 마을에 갔던 날 제 ‘더블백’ 속에는 세탁하지 못한 속옷도 꽤 있었습니다. 저는 졸병이었고 그것을 씻거나 버릴 겨를도 없이 그곳에 도착했지요. 전기는 들어왔지만 수도설비도 없는 곳이었고, 사람들은 산 기슭의 웅덩이에서 호스를 연결해 식수로 사용하는 부산과는 격리된 듯한 조그마한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저는 일주일 동안 ‘물갈이’라고 하는 심한 배앓이를 했었습니다. 거기 도착한 첫날 입출항통제초소의 소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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