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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이 상자

아마 지금처럼 늦은 가을이었지 싶다. 20년쯤 전, 어느 날의 우울을 나는 기억한다. 심하게 가라앉았던 그날의 심정이 어째서인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생각도 나질 않는다.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이었을 것이고, 다르지 않은 매일의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던 이상의 말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절망 말이다. 마음 챙기는데 언제나 열심이었던 그녀는 내 가라앉은 심사를 위로하고자 작은 선물을 보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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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솔미레…

어떤 사연 더 붙여야 할지요… 제목 잊어버린 옛노래입니다 곡조 생각나지만 떠오르지 않는 노랫말입니다 아무렇게나 흥얼거려도 괜찮을까요 가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계명 알지 못한들 또 어쩌겠나요 우습지도 않은 음정을 길게도 뽑아보았습니다 아물거리는 기억의 파도 너머 갈 길 없는 위태한 섬이 떠오릅니다 고이 간직한 사연이거나 마음밖에 있거나 잊혀지고 묻혀도 못다부른 그 대목이 두고두고 떠오릅니다     /2007.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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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바이 미스터.리 ◎

때는 1957년, 제목도 mr. lee였다. i shot mr. lee라니 bobbettes의 터프한 노래를 장난삼아 자랑삼아 테마송처럼 한때 사용하였다. 때는 1999년, 또는 2000년…… i met my sweetie his name is mr. lee he’s the handsomest sweetie that you ever did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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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잊혀질 그의 이름

(보내지 않은 글)     quetzalcoatl입니다. 께짤꼬아뜰. 케찰코아틀.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요. 께짤은 깃털, 꼬아뜰은 뱀. 그러니까 깃털달린 뱀, 날개달린 뱀이랍니다. 아주 먼 훗날, 희미하게나마 나를 기억한다면 그 단어를 생각하세요. 반은 인간 절반은 물고기였다던 중동의 오안네스나 잉카의 콘티키 비라코차 같은 이름이에요. 날개나 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희생을 갈망하던 피의 전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전해주고 사라져버린, 언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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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아, just to reach you

그녀가 붕대 감은  팔로 넘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마치 자기 몸이 당하는 고통처럼 느껴졌었다./1984년   스무살 즈음에 쥴리아 하면 떠오르는 몇몇 이미지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1984년>에서 ‘청년반성동맹’의 상징인 진홍색 허리띠를 두른 채 텔레스크린 앞에서 윈스턴 스미스에 어떤 쪽지를 전해준 젊은 여자의 이름이다. 거기 적힌 짧은 문장을 본 순간은 그의 운명을 바꾸었고 그의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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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나의 라떼

(21년만에 다시, “donovan, 그리고 행복“에 덧붙여.)   맛에 대해 거의 무지한 편이다. 그저 짠것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미료 많이 들어간 음식 먹으면 구토증세가 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혐오식품류(?)는 전혀 안먹는다는 것 정도.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맛에 관해서 무뎌서 가리지 않고 잘 마신다. 커피믹스, 아메리카노, 연하게 탄 인스턴트 블랙커피, 베트남 커피, 게다가 상당히 달고 느끼한 베트남 커피믹스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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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17년, 스타바운드 ◎

precious memories, how they linger how they ever flood my soul in the stillness of the midnight precious, sacred scenes unfold /precious memories, j.j. cale.   케일의 정규 앨범들은 거의 cd로만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은 20년쯤 전에 구입한 것들이다. #8 앨범은 국내판을 구입했는데 불행히도 reality가 빠져 있다. 하지만 파일들이 있으니 굳이 그것을 아쉬워 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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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되고 안될 것 같은

오늘은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를 꺼냈다가 잭 티가든에 관한 글을 끄적였습니다. 내가 받았을 때 이미 절판되었던 책이었기에 아마도 그것은 중고서적이었을 것입니다. 그저 십수년 전 아픈 마음과 함께 이 책이 왔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림이 딱히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였는지 와다 마코토가 그린 표지의 듀크 엘링턴을 나는 자세히 본 적이 없었습니다. 책을 키보드 옆에 둔 채 검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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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그리움

: 노래와 모종 그리고 몇 줄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박용래   처음엔 여덟 줄을 읽었었지요. 내가 보내준 걸 읽고 누이는 펑펑 울었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꼰스뚜시띠온 광장의 모퉁이에서 헤어졌다던 델리아에 대한 보르헤스의 회상처럼 이별에 대해서는 정녕 알지 못했었지요. 마아가렛이 그 꽃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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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라듸오

<라듸오 1973>을 썼던 1년 혹은 2년쯤 뒤에 나는 <라듸오 1974>도 썼다. 이전의 라듸오보다 좋은 제품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니 많은 공산품의 경우처럼 그냥 해만 바꿔 출시되는 엇비슷하거나 그만 못한 물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완제품이 되기엔 부족한 시제품 같은 것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것을 다른 사적인 공간에 올렸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다른 이의 사이트였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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