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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etite fille de la mer

어디메, 막 피는 접시꽃 새하얀 매디마다 감빛 돛을 올려라 오늘의 아픔 아픔의 먼 바다에/박용래   아마도 내가 열일곱, 열여덟 때였을 것이다. 늦은 밤 라디오에서 해상 일기예보를 전할 때 이 곡이 나왔다.   “이즈하라, 소나기 / 눈.”   나는 방에 앉은 채 어딘지 모를 먼 바다를 떠도는 것 같았고 이국의 낯선 지명이 겨울 바다 너머로 따스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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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of……

내게 워터보이즈란 재미없는 이름을 알게 해준 첫번째 노래였다. 인트로는 조금 식상한 느낌이었지만 디자이어 앨범을 연상케 하는 집시풍의 바이올린에 마이크 스콧이 길게 길게 이어가며 노래하는 섬의 이름은 알지 못할 섬의 역사와 그 속에 얽혀있을 숱한 사연인양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여운을 내게 남겼다. 내 마음에 무엇이 맺혀 풍파를 잠들게 하고 싶은 것인지 가끔은 아이오나를 내 이름처럼 기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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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들리 시리어스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시련의 연속, 처음 봤을 적의 답답한 느낌 때문인지 그 영화를 다시 보고픈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그 답답함이 무지무지 생각이 나서 머리 속을 맴돌았다. 나 자신 시리어스 맨의 상태가 되었는가 싶었다. 스탠리 엘린의 단편에 나오는 ‘애플비’처럼 ‘질서바른 세계’를 사랑하는 평범한 물리학 교수인 래리 고프닉에게 연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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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conscious-lee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가 궁금해하는 기억 속의 많은 것들을 지난 수십년간 pc통신/인터넷/모바일폰을 통해 찾아내었다. 무척 반가운 것들도 꽤 있었지만 이들의 복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은 여기 합당치 않겠지만, 알지 못함과 찾을 수 없음이 때로는 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전 오래 전에 봤던 어떤 영화의 장면이 문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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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는 허기 : 고완형의 이빨

고완 형은 날마다 술을 먹는다. 고완 형의 이빨은 동훈 형보다도 더 나쁘다. 아직도 창창한 청춘일 뿐이었는데 그의 앞니가 몇이나 남아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무엇이 험한 그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는지 부끄러움보다 더한 무엇이 그를 당당하게 만들었는지 망가진 모습 그대로 썬글라스를 끼고 술마시며 술주정처럼 노래를 한다. 무엇이 포크 음악이냐고 물을 필요도 없고 어떤 것이 펑크인지 애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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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versesara

존 레논이나 밥 딜런에 대해 알고 싶은 만큼은 알고 있다. 그들이 언제 무엇을 했고 어떤 사생활을 가졌고 어떤 미발표곡이 있고…… 처럼 깨알같은 지식이 아니라 어떤 느낌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에겐 뮤즈가 되어준 아내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름이 들어간, 내가 오래도록 좋아해온 두 노래가 있어 개인적인 느낌으로 비교를 해봤다. oh yoko!는 1971년 9월에 발매된 <imagine>의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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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 b. ◎

  얼마 전에 처음으로 본 사진 ㅡ 내게 청춘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심하지만 주민등록증상의) 청춘 시절에 나를 매혹시켰던 어떤 이의 어릴 적 사진이다. 침팬지와 나란히 앉아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음악 보다는 사람 그 자체,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정신과 삶이 그때는 어찌 그리도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음악을 떠난 그는 칩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가구들을 직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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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 weep for me

오래 전이다.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그리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대목조차도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이 부분을 볼 때의 느낌을 여태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봤을 때도 꼭 그대로였다. 위핑 윌로우여서일까…… 윈스턴 스미스의 ‘황금의 나라’, ‘쥴리아 드림’, ‘튜더 롯지’, 그리고 ‘버드랜드의 자장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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