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잠이 깨었다. 창녕이었다. 불투명한 창문은 열어둔 탓에 바깥이 잘 보였고,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은 적당한 어둠 속에 감춰진 채 적막 속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잠시 마당을 바라보던 내 마음에 문득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래 전에 꽤 좋아했던 노래, look at me였다. 한밤중에 듣는 그 노래는 사랑노래라기보다는 묘한 허무감을 내게 남기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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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레, 과카몰레, 몰래
집안 행사로 모처럼 해운대를 다녀왔다. 평소 별로 갈 일 없고 그리 가고 싶은 곳도 아닌데 부페까지 다녀왔다. 이것저것 접시에 담다 보니 조금 이상하게 적힌 낯익은 단어가 있었다. 과카몰 새우요리인가 아무튼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과카몰레’를 그렇게 표기한 모양이었다. 평소 요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전혀 사람이라 과카몰레를 맛본 적은 없었고, ‘듣기만’ 했을 뿐이다. 여기서 듣기란 단어나 요리에 […]
yolum seninle : 너와 함께 이 길을
“아카리… 부디, 이만 집으로… 돌아가 있어준다면 좋을텐데……” 거의 열흘이 넘도록 뭔지 모를 몸살 같은 것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주 벌초 갔을 때도 그래서 내내 힘들었고 오늘까지 마찬가지다. 그 사이 몸살약도 이것저것 먹었고 오늘도 약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이 들어 보는 만화가 젊은 날의 느낌과 같을 수는 없지만 가라앉은 몸을 눕힌 채 대충 봤던 <너의 […]
세 편의 영화, 그리고 반추
저스틴 벤슨(+아론 무어헤드)의 세 편의 영화를 잇달아 봤다. 제일 먼저 본 것은 <타임루프 : 벗어날 수 없는>이란 제목으로 나온 <The Endless>였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미지의 현상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독특했다. 진행은 느렸어도 마지막 부분은 짜릿했고, 결말은 조금 불분명했으나 그들은 어쩐지 ‘타임 루프’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두번째로 본 것은 레졸루션이었다. 신기한 것은 레졸루션이 <The Endless>의 전편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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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
내게 있어 willie nelson은 “always on my mind”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쟈니 캐쉬를 듣다가 ‘노상강도’ 패거리에서 그를 다시 보았고 어쩌다 가끔 들었다. 그리고 여기 팔십이 넘은 늙은 가수가 노래하는 summertime이 있다. “올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인 썸머타임이 몇곡 있는지라 새로운 자리가 있을지 아직 잘 알 수 없지만 그의 사그라든 여름날 또한 인상적이었다. 넬슨의 기타는 그만큼 낡고 […]
o it's still for you and me ◎
보르헤스의 트레저 아일랜드 ㅡ 최근에 구입한 스티븐슨의 단편집 첫 페이지를 펼치니 그가 쓴 헌정사가 있었다.(정확히 하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에 수록된 헌정사다.) 사촌이었던 캐서린 드 마토스에게 쓴 긴 편지시의 일부라고 하는데 인상적인 헌정사라는 점에서 칼 세이건을 생각나게 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우리 인연이 끊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군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바람 불던 […]
O it’s still for you and me ◎
보르헤스의 트레저 아일랜드 ㅡ 최근에 구입한 스티븐슨의 단편집 첫 페이지를 펼치니 그가 쓴 헌정사가 있었다.(정확히 하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에 수록된 헌정사다.) 사촌이었던 캐서린 드 마토스에게 쓴 긴 편지시의 일부라고 하는데 인상적인 헌정사라는 점에서 칼 세이건을 생각나게 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우리 인연이 끊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군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바람 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