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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를 쓴다는 꿈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 /요한복음 21-11     이창기의 <모나미 볼펜처럼>에 마음 갔었지만 모나미 볼펜을 좋아한 적은 없다 펜대는 너무 가늘고 0.7mm의 볼은 꾹꾹 누르지 않으면 필기도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몹시도 사무적이고 관공서적인 그 느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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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디비아스키 에이지 (축)

에베레스트산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돈 룩 업, 랜달 민디 교수   북미의 평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국내는 달랐던 것 같고, 우울한 결말임에도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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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We ever Meet again : Leon Redbone

연말이 오면 생각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사람은 리언 레드본이다.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다른 노래들 또한 엄동설한 속에서도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들인 까닭이다. 내가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닉 놀테가 주연을 맡은 어느 미스터리 영화(겨우 찾은 영화의 제목은 Everybody Wins, 1990작)를 통해서였다. 그가 운전할 때 오래된 재즈 스타일의 멋진 노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리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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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염려할 수 있는 하루

아버지가 2주 동안 혈압약을 드시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전, 병원 진료결과를 보고 왔던 저녁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소리도 좀 질렀나 보다. 6학년때 아버지께 알파벳과 기초영어를 배웠다. 어느날 펜맨쉽을 사오신 아버지는 그걸 하루만에 다 쓰라고 하셨다. 내게 그건 너무 많은 양이었고 나는 그것을 결코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 몰래 몇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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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의 이름뿐인 성

나는 시냇물 소리에서 가을을 들었다. 마개 뽑힌 가슴에 담을 무엇을 나는 찾았다./이상   그저 어려울 뿐 애써 알아야 할 의미도 없지 복잡하다고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유구하고도 쓸모없는 버릇처럼 남은 이름들일 뿐이지 붉디 붉은 부끄럼 같은 까베르네 쇼비뇽, 쇼비뇽 블랑 하얗게 이 마음 회쳐지고야 말 샤르도네, 리슬링 대체 무엇인지 어디 어디 말씀인지 무똥까데 카사리토무스카토다스티 군트럼슈페트레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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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오도독

여기 잠들다 ㅡ 그것은 무한에 가까운 복잡한 암호체계였건만 그는 극소수의 무엇인가에만 쏠렸다. 애써 해독해낸 놀라운 문장들. 하지만 어떤 것은 형편없는 오독이었고, 나는 그것에 어찌할 바를 모르곤 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비슷하였고 내일도 딱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가온 오늘…… 반투명에서 투명으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유명을 달리한 유령이었다. 불가해한 세계를 홀로 그리며 이해하기를 좋아했으나 스스로는 결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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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의 영원

Dreams for Sale The Twilight Zone, 1985 (Tommy Lee Wallace)   <매트릭스4>가 나온다고 들었다. <매트릭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화려한 비주얼로 채워진 이후의 시리즈들로 해서 인상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4편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은 조금 흥미로왔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네오의 눈이 멀고 트리니티가 죽었다는 ‘현실’이 또다른 단계의 가상현실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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