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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의심치 않는 어떤 미래에 대한 사소한 기록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벚꽃나무로 무성하다. 이제는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선 나무들이 봄날이면 터널을 이룰 정도로 자랐으니 어느 계절이나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런 거리다. 가을은 가을대로 단출한 운치가 있고, 봄날에는 어떤 벚꽃길보다도 소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늘 “여름날의 푸른 잎새들”이란 옛 노래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이다. 아파트의 제일 중심에는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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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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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종류의 고독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 더글러스 트럼불, 1971 오랫동안 한 척의 우주선도 오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난 것일까? ㅡ 두번째 종류의 고독, 죠지 R.R. 마틴   영화를 어디에서 봤는지가 가끔은 영화 자체보다도 더 선명하게 기억날 떄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엔 승객이 거의 없는 고속버스 안에서 비디오로 보았고 <침묵의 질주>는 고등학교 1학년 쯤엔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하지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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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 이루어질 수 없음의 이루어짐에 관하여   처음 기타 배울 때는 그랬다. 친구에게서 빌려온 아주 낡은 기타 교본을 열심히 뒤적이며 코드라는 것을 배웠다. 많이도 필요 없었고 누군가에게 따로 배울 일도 없었다. 왼손 검지 베베 꼬아가며 하이코드 잡으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코드 딱 4개 익히고 나니 연습곡으로 수록되어 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꽃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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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칼크의 도시에 관한 기억

그것을 당신들은 몰랐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부족은 몇 세대 동안이나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죽어갔기 때문이다. ― 티마이오스   그것은 손치스라는 이름을 지닌 이집트 신관의 꿈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사이스에서 한 신전의 관리인으로 봉직할 때 그리스의 철학자 솔론을 만나 자신이 작성한 꿈의 조서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다. 나는 킬허의 고전적인 지도를 통해 그의 꿈을 다시 돌아보았고 한스 헤르비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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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책

마침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장소를 우리는 갖게 되었다. 세상에 없는 책이 없는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절판된 책을 찾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소실된 책이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책에 이름만 올라 있는 책을 찾는 일조차도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옛 알렉산드리아나 대영박물관, 혹은 의회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던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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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나무 끝의 부용화 산 속에서 붉은 봉오릴 터뜨렸네 개울가 집이라 적막하여 인적 없는데 어지러이 피었다간 또 지는구나 /신이오, 왕유 木末芙蓉花  목발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  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  분분개차락 /辛夷塢, 王維   그 이름을 기억하거나 외우고 간직하는 것만이 영속성을 보증하는 틀림없는 방법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 ㅡ 사람들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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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에게 전하는 인사

델리아 엘레나 산 마르꼬, 보르헤스     바람도 선선한 가을날입니다. 늘 다니던 길에서 새로운 가게 하나를 발견한 것처럼 늘 보던 화단에서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나무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델리아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느낌, 오래도록 여기저기 뒤적여 왔으나 너무 짧은 글이어서 그냥 무심하게 넘어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를 헤매이면서도 그녀를 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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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보글보글

門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生活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 家庭, 이상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가정家庭은 꾸리지 못하고 가정假定으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기꺼이 꿈을 꾸라면, 더딘 이 밤 함께라면…… 하는 오붓하고 화기애애한 가정이지요 화기엄금의 썰렁하고도 위태로운 밤이지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어느 작자 말과는 달리 절로 발길 닿는 곳, 문 잡아당기면 잘도 열리어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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