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million miles from

하늘을 향한 트럼펫, 뺨으로 흘러내리는 땀…… 크기 때문이었을까.​ 검어서 더 휘황해 보였던 흑백 텔레비젼 속 금관악기의 번쩍임처럼 기억속 그 사진의 검은 부분은 보다 더 검었고 한참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아주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것저것 구경꾼 마냥 조금 들어보았을 뿐, 음악에 대해서도 잘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본 사진으로부터 많은 기억들이 다시, 또다시 […]

Read More

오늘처럼 비루한 영원

시는 스님께서 서기 760년 쯤에 쓴 것이고요, 그럼 그 가지는 어디쯤 있었던 걸까요. 어리석은 현장검증에 착잡했던 여름날을 기억합니다. 절터가 있던 낮은 산길을 걸을 적에는 생각지 못했습니다만 피리를 불어 달을 밝히던 스님, 그에게서 시가 된 그 일이 실제론 일어나지 않았으리란 상상을 가끔 합니다. 그럼 그 시는 아주 오래된 화두이거나 또는 그날에서 오늘까지, 수천년까지의 수많은 어느 날을 […]

Read More

님은 먼 곳에

가을의 도로 위를 무작위로 흐르는 노래들, 오랜만에 장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부터 그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이 사람 찾아 헤매이는 그 먼 곳 생각나서 꽉 닫힌 창문 안에서 뒤늦게 목청껏 따라 불렀다 내 마음이 가는 그 곳+, 아득한 그 곳 향해 마음 몇 가닥 옮겨보려고 오랜 세월 씨줄 날줄 엮어도 보았으나 처음에 떠올렸던 어느 한 줄이 모든 […]

Read More

my love is true(love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B2CpSL7Ztqc&feature=player_detailpage   이 노랠 처음 들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 이름은 잊어버린 학교 앞 “음악다방”이었다. 우리는 ‘프레쉬맨’이었고 통일전선전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길 좋아하던 어떤 친구가 곁에 있었다. (그 다방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으로부터 몇백미터 안쪽에 있었다. 그 친구의 집도 비슷하니 가까운 곳에 있었다.) 거기서 우연찮게 두 노랠 들었는데 하나는 “은막의 제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곡이었다. […]

Read More

三行詩 삼행시

그 목줄 누가 내어놓았는지 강아지 한 마리 위태로이 찻길 따라 걷는다 바쁠 것 없는 걸음 괜스레 재촉하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친다   (알지 못하는 셋이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 가운데 二人이 느낀 것을 어느 一人이 쓰다.)     /2015. 3. 22.

Read More

Hurt – Heart of OLD

: Johnny Cash   The needle tears a hole The old familiar sting Try to kill it all away But I remember everything ― Hurt, Nine Inch Nails   자니 캐시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TV쇼와 Ghost Riders in the Sky, 그리고 딜런의 <내쉬빌 스카이라인>에서 그의 목소리를 조금 들었을 뿐이다. 어딘지 살짝 불편하고 뭔가 […]

Read More

묘접 猫接

꽃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 이장희     나는 미안했다. 그녀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온 까닭이다. 사실이 그랬다. 단 한 번의 만남, 그리고 전화로 숱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지만 그녀는 즉각적으로 알아챘고 곧장 반응하곤 했다. 그리고 몇 걸음 훌쩍 더 나아갔다. 그럴 때 그녀 자신의 느낌은 어떤 것이었을지 가끔은 궁금하다. 내가 […]

Read More

말할 수 없는 그것

감히 말할 수 없는 그것 - 카르투슈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신성한 이름처럼 섣불리 발음조차 할 수 없는 그것 텅 비어 있는 왕의 자리처럼 감히 묘사할 수 없는 그것 새벽 꿈길에 흔적 없이 왔다 가고, 폭풍처럼 한 순간에 나를 채우곤 했네 어떤 전통은 그것을 14행으로 노래하려 했고, 어느 나라에선 세 줄이거나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였다네 어떤 이의 이야기 […]

Read More

whispering in my ear

2009년의 마지막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느 역에선가 황급히 일어나던 아저씨 주머니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그것을 본 듯 싶었다. 출구를 향해 달려가던 분을 불렀으나 못들었는지 그냥 가시기에 목소리를 좀 더 올려 열쇠가 떨어진 것을 알려줬다.(이럴 경우 부르는 사람이 더 부담스럽고 무안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것일까. 나이를 먹으면 이런 부끄러움 […]

Read More

내 마음의 고장

지난 여름에 이어 다시 한번 경주를 다녀왔다. 연꽃이 만개했던 연못은 가뭄 탓인지 바닥을 보였고, 새카맣게 말라버린 연밥은 고장난 전화기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느 누군가도 비슷하니 그렇게 살고 있다. 별은 그토록 낮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지 꿈은 나날이 터무니없이 졸아들었으나 월성과 계림의 풀밭과 숲은 계절을 느끼며 걷고 즐기기에 충분하였다. ‘덕만’의 시대는 험난하였다는데 분황사와 첨성대, 황룡사 목탑이 모두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