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기다려주오 위난의 바다 속 섬 같은 그곳 나 이 모래성 허물고 그대 마음대로 나고 들 세상 다시 지으리 그리고 등 돌린 채 그 자리서 잊혀져버린 세계 끝내 담을 수 없었던 未知 바다는 천길만길 물러나 자취를 감추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돌아오지 못할 이름 주었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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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 Preciso Perdoar
알다시피 보싸노바의 트로이카 가운데 그 리듬을 만들어낸 사람은 조앙 질베르뚜였다. 그럼에도 ㅡ 몇몇 상큼한 노래가 없지 않지만 ㅡ 그의 초기 곡들은 지나치게 매끄럽고 가벼워서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다. 보싸노바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게츠/질베르뚜 콤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떤 부분에서 그는 과대평가된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 그는 과소평가된 가수이자 연주자란 생각이 든다. 그러한 양면성은 게츠/질베르뚜의 곡들에서도 […]
어 토이 인 디 애틱
노래 속의 이름은 ‘리자’였고 이야기 속의 이름은 ‘리사’였다. 그게 같은 철자의 다른 발음인지 다른 이름인지는 잘 모르지만 ‘Lisa’라는 이름을 들으면 늘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사실 그 얼굴이란 내가 그 모습을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 속, 또는 상상 속의 얼굴이다. 그녀는 대단한 시계 장인이 만든 ‘시계’였고 리사는 이름이었다. 할아버지가 몇시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던. […]
달 뜨지 않는데 달뜨는
“Sin amor la luna no brilla en mí…” 칼렉시코의 노래는 그 이름처럼 경계선에 있다. 조이 번즈의 목소리는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지만 노래는 멋지다. 앨범 버전에선 상큼한 목소리를 지닌 까를라 모리손과 듀엣을 했으나 평범한 팝 스타일처럼 들렸던 까닭에 라이브가 더 마음에 든다. 마림바, 그리고 가브리엘라 모레노(과테말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듣는 이는 절로 ‘달뜨는’ 마음이 된다. “신 아모르 라 […]
가령, 예를 들자면
컴퓨터는 이미 낡아 폐기처분 되었는데 있던 것 쓰느라 비닐도 뜯지 않고 그냥 뒀던 전원 케이블이나 이제는 쓰지도 않는 기능들을 화려하게 자랑하며 어딘가 가만히 모셔져 있는 텅 빈 핸드폰 박스 같은 것, 책상 설합 한 귀퉁이에 새것처럼 남아 있는 존재하지 않는 시계를 위한 보증서, 루이뷔통 문양이 새겨진 낡은 갈색 비닐봉지나 이미 도수가 맞지 않거나 부서져서 버렸거나 […]
million miles from
하늘을 향한 트럼펫, 뺨으로 흘러내리는 땀…… 크기 때문이었을까. 검어서 더 휘황해 보였던 흑백 텔레비젼 속 금관악기의 번쩍임처럼 기억속 그 사진의 검은 부분은 보다 더 검었고 한참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아주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것저것 구경꾼 마냥 조금 들어보았을 뿐, 음악에 대해서도 잘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본 사진으로부터 많은 기억들이 다시, 또다시 […]
오늘처럼 비루한 영원
시는 스님께서 서기 760년 쯤에 쓴 것이고요, 그럼 그 가지는 어디쯤 있었던 걸까요. 어리석은 현장검증에 착잡했던 여름날을 기억합니다. 절터가 있던 낮은 산길을 걸을 적에는 생각지 못했습니다만 피리를 불어 달을 밝히던 스님, 그에게서 시가 된 그 일이 실제론 일어나지 않았으리란 상상을 가끔 합니다. 그럼 그 시는 아주 오래된 화두이거나 또는 그날에서 오늘까지, 수천년까지의 수많은 어느 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