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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 b. ◎

  얼마 전에 처음으로 본 사진 ㅡ 내게 청춘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심하지만 주민등록증상의) 청춘 시절에 나를 매혹시켰던 어떤 이의 어릴 적 사진이다. 침팬지와 나란히 앉아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음악 보다는 사람 그 자체,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정신과 삶이 그때는 어찌 그리도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음악을 떠난 그는 칩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가구들을 직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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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 weep for me

오래 전이다.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그리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대목조차도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이 부분을 볼 때의 느낌을 여태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봤을 때도 꼭 그대로였다. 위핑 윌로우여서일까…… 윈스턴 스미스의 ‘황금의 나라’, ‘쥴리아 드림’, ‘튜더 롯지’, 그리고 ‘버드랜드의 자장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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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생각했으나 따로 붙이지 아니함.

내게 바람을 일으켜줘 더없이 조심스레 그리고 있는 힘껏 너의 숨결을 불어넣어줘 밀고 당기고 안아주지 않는다면 노래할 수 없는 몸 다시 한번 그 가슴에 내 가슴 붙여 실컷 울고 싶어 이슬이거나 숨죽인 천둥이거나 너의 박동을 나는 번역할 수 있지 숨결도 골라가며 네 손길 닿는대로 풀무질 하는대로 즐겁게 청승맞게 노래할 수 있지 내 안을 파고든 바람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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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ial of

앞에 있는 운전자의 창밖으로 나와 있는 손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다 피웠는지 담배를 부비더니 슬그머니 길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화단을 향해 가래를 뱉고 창문을 올리면 끝, 더 바랄 무엇이 있는지 백팔염주가 룸미러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의 차는 높고 깨끗하고 연기는 가슴에 남았다……   the man who wasn’t there ㅡ 자신이 저지른 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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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音으로 내리는 비

레코드판을 따라 음악은 흘러간다. 추억 같은 흠집, 흠집 같은 추억이 잡음으로 돌아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복사판 레코드 위에 떨어지는 비, 레너드 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뮤즈는 죽은 지 오래, 잡음처럼 비가 내림을 나는 알고 있다. 낡은 필름 위에 내리는 비, 잡음처럼 내리는 비, 조잡스런 색채로 연출되는 비극 속에서 비는 내린다. 너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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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강

미시시피 리버만 강이라더냐 나의 살던 고향에도 강물은 흘렀다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산을 끼고 꾸불꾸불 고향의 강+ 세상에서 제일 넓은 강인 줄 알았고 제일 깊은 강인 줄 알았고 그 위에 걸린 볼품없는 다리가 금문교만큼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정월에 보름이면 강 건너 마을에도 깡통불이 피어올랐어요 천둥치는 날이면 이무기 강철이가 강둑을 흔들어대었지요 어머니 젊은 날엔 세상에서 제일 멋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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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애창 365곡집

낡고 낡은 음악책입니다. 음… 세광출판사 1976년 판이네요. 값 700원. 내가 좋아하는 뱃노래도 있고, 알지 못하는 구노의 세레나데도 있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의 우스쿠다라도 있고, 페르시아 시장의 꿈도 보입니다. 우아한 가곡과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창문 앞을 지나면 라 쿠가라차의 행진도 있고, 라 스파뇨라의 애수도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냉면’의 추억도 있고, 중학교때 즐겨 불렀던 밀밭에서도 있습니다.(밀밭에서 너와 내가 서로 만나면 키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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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ssippi River

: JJ. Cale을 따라 흥얼거리다   보시다시피 주어섬기기 어려운 그 참 쌍스런 이름이에요 아시다시피 무척이나 길고도 긴 강이라지요 늘 그랬다시피 흐린 날 황혼녘이면 더 그리운 얼굴 멀고 먼 이역 땅인들 무슨 상관인가요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길 아닌 곳인들 어찌 잊고 가겠나요 짝을 이룬 글자들 마냥 비켜가고 돌아가도 쌍쌍이라니 그렇게 굽이굽이 따라 흐르렵니다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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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회사념 : 파사낙와의 시대

(Chega de Saudade : No Tempo da Bossa Nova)   1. 파서의 꿈   地球는 吾人의 住居하는 世界니 亦 遊星의 一이라. ㅡ 서유견문, 유길준   ‘希罗多德희라다덕’이라는 희랍의 학자가 입버릇처럼 즐겨 말했듯이 “나로서는 잘 믿기지 않지만” 직경이 이만육천십리나 된다는 박처럼 둥글게 생긴 지구의 저 건너편에는 ‘南亚美利加남아미리가’라는 별유천지가 있어 巴西파서라는 나라가 있다. 南亚美利加에서도 그 영토가 가장 넓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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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詩 ◎

<오비영>의 배경에 기타 연주를 넣었습니다. <전망 좋은 방>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었듯 <오비영>에도 마땅한 소리를 찾아야 했지요.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어떤 곡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이 쓴 곡은 아니지만 기타를 연주한 그 역시 빼어난 작곡가입니다. 그가 이 곡을 연주하던 시절을 보면 ‘검객’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타를 들었고 가끔 노래도 했으니 가객이 더 맞겠습니다만 짧은 머리카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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