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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날의 리스트 +

최근 친구 아버님의 문상을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만약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실없는 상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생각은 한 두해 전, ‘노래 리스트’ 만들다가 시작된 것이다. <캡틴 판타스틱>에서 화장한 유골을 공항 화장실(^^)에 뿌리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도 포함하여. <죽고 난 뒤의 팬티>처럼 소심한 삶의 안할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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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가장 좋은 시

행 없이 행을 늘이고 끊어진 연으로 연을 이어 가지만 쓴 맛 없는 쓴맛뿐, 쓴 것은 없네 단 것도 없네 대개 짐이고 번민만 가득한데 내가 쓴 가장 좋은 시란 잠깐의 희망이 수십년 헛꿈으로 남은 아직 쓰지 못한 시       +<시인합니다>가 그랬듯 시 쓰기에 대해 나는 가끔 끄적여 왔다. 그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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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소리들

소리에 관해서 제일 오래된 기억 가운데 하나라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외딴 방에 있던 크고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던 “눈물젖은 두만강”의 전주다. 금속성의 큼지막한 소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향수가 뭔줄도 모르고 ‘퍼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오늘 시간이 있어서 옛날에 쓰던 이어폰들을 좀 찾아봤다. 뒤져보니 나도 참 미친 짓 많이 했었나 보다. 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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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노릇

1년이 지났는지 2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장난 전광판인양 글 한줄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네요. 풀죽은 마음이 바늘 끝에서 안절부절입니다. 韻 타고 나지 못한 생이 運이라도 있고 없고 시인하기 힘든 일이지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요,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10년이 지났는지 20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걷지도 멈추지도 못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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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메모랜덤

그러고 보니 queen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좀 까마득한 느낌도 들고. 그렇게 화제가 되었던 <보헤미안 랩소디>도 나는 무덤덤했다. 어릴 적에야 퀸의 노래도 나름 좋아했지만 나로선 그 영화를 통해 추억을 반추할만큼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나름의 기억을 통해 퀸에 대해 잠깐 돌아보았다. 내가 처음 퀸을 알게 된 것은 열넷, 열다섯 쯤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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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ad that keeps us

플로레스와 타말레스. 조이 번과 하이로 사발라가 쓴 이 노래는 묘한 중독성을 지닌 꿈비야 스타일로 꽤 신나는 곡이다. 전부 다 알아먹을 수는 없어도 내게는 기약없는 약속, 지켜지지 않은 약속 같은 노랫말이 슬픈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 곡이 실린 앨범의 타이틀 <the thread that keeps us(2018)>까지가 여태 끊어지지 않은 가녀린 어떤 ‘緣’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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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én será, quién será?

“의문에서 시작해서 의문으로 끝나다.” 이란의 싱어송라이터 mohsen namjoo는 낮은 목소리와 찢어지는 고음이 교차하며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런 면에서는 좀 예외적인 khat bekesh는 오래된 멕시코의 맘보-볼레로 송에서 완벽하게 흥을 도려낸 채 슬픈 템포로 노래하는 것이 의욕 다 달아나버린 요즘의 내 마음 같았다. 촌스런 분위기의 화면이지만 나는 남주가 자신의 세타(페르시아의 전통악기)를 히치하이킹 시켜버리고 돌아서는 장면에 깊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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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 애플비, 하찮은 미스터리

내가 어렸을 때 병 속에 쪽지를 넣어서… 그 쪽지엔 내 이름과 주소를 적었지. 그런 다음 병을 바다에 던졌지. 그리고 그걸 누가 발견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하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잠꼬대 같은 소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침묵의 질주>를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서였다.  여전히 인상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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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4

지난 새벽 잠이 깨었다. 창녕이었다.  불투명한 창문은 열어둔 탓에 바깥이 잘 보였고,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은 적당한 어둠 속에 감춰진 채 적막 속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잠시 마당을 바라보던 내 마음에 문득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래 전에 꽤 좋아했던 노래, look at me였다. 한밤중에 듣는 그 노래는 사랑노래라기보다는 묘한 허무감을 내게 남기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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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그런 하루 ◎

십수년 전 어느 가을 날이었다. 창가 시들한 허브 화분에 이름모를 벌레 한마리 천천히 날아 들었다. 가지가 아닌 화분 옆면에 매달린 듯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아주 작은 벌레는 아니었고 휴식이라도 취하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에 봤을 때도 꿈쩍 않는 것이 곤충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특이한 모습에 나는 사진을 찍었고 묘한 모양새가 ‘좌탈’을 생각나게 해서 중의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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