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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불처럼 봄이

재개발도 쉽지 않은 낡은 아파트라 나무들도 비슷하니 오래되었다. 나름 자랑거리인 벚꽃나무는 족히 40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아파트 중앙길 양편으로 마주 서 있는 벚꽃나무들은 몇해전부터 거의가 서로 이어져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봄소식 들리기 전에 한동안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벚꽃은 그다지 손대지 않았으나 은행이나 목련은 처참하리만큼 많이들 잘려나갔다. 와중에도 목련은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이야 어떻든 한낮의 어둠을 밝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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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는 내 운명 +

당신은 흘러갔고 나는 아직 그 자리, 부족하고 텅 빈 그 자리를 물로 때웁니다. /2009. 11. 14.     연로하신 모친이 여전히 살림을 하시니 그거라도 도와야겠다 싶어 잠깐씩 부엌을 들락거립니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제일 쉬운 것은 역시 설거지, 여기저기 오가며 가끔은 삼시세끼 설거지를 하기도 합니다. 그건 운명이 아니지만 운명이기도 합니다. 설거지 하면서 지난 날 돌아보면 수세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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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껍데기나 불가사리나

지금, 소라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 그녀의 목에 걸려 까불대는 이 지겹고 끈질긴 껍데기 /소라 껍데기, 이창기   세권의 책, 하나의 복사본 가운데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다. 자칫하면 <블루 벨벳> 속의 잔디밭이겠으나 꼭도의 시가 희미하니 들려오는 소라 껍데기를 나는 집어들었다. 한 손엔 불가사리, 한 손엔 소라 껍데기를 쥐고 그려보았다. “까불대는 끈질긴 껍데기”였으면 좋겠는데 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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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 저 보리밭 ◎

윗동네는 온통 눈소식인데 이곳은 파란 하늘에 바람만 좀 불 뿐, 눈씻고 찾아봐도 눈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아득한 겨울의 풍경 대신 파릇한 꿈을 돌아보았다. <꿈을 찍는 사진관>, <요괴인간>, 그리고 <봄>은 내 마음 속에 수십년씩 남아 있는 오래된 상징들이다. 그 가운데 <봄>은 내가 20년 이상 그 제목을 <보리밭>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2001년 무렵 서울 갔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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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 걸 ◉

그녀가 ‘fatale’이 아니라 변변찮은 주변이……   예전 어느 새벽에 뒤척이다 깨어서 뭣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 채 한참을 봤다. 엊그제 또 졸다 깨다 그렇게 봤다. 영화가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다. 똑같은 ‘팩토리’는 아니지만 차라리 조금 뻔한 에릭 버든의 노래가 더 생각이 났다. 하지만 ‘femme fatale’의 주인공인 그녀 e.d.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작년 노벨상 수상자가 지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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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운명

피치 못할 운명이 만들어낸 어떤 방이 있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거나 잃어버렸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이다. 애초에 책장이가 없던 그곳에 어느 날 나는 책을 가져다 둘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책장을 마련하면 무슨 책들을 꽂을지 생각을 좀 했다. 전공이라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을 정도, 나는 철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철학적인 것을 싫어한다기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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