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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술고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헨리 치나스키를 무척 좋아했다. 바텐더와 돈을 나누는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돌아간 술집의 시끌벅적한 풍경도 그랬다. 그리고 그가 어느 정도는 찰스 부코스키 자신일 것이라고 기대도 했다. 시집 <사랑에 대하여>는  매우 사실적인만큼 노골적이었다. 또 터무니없는 허세를 펼쳐보이다가도 가끔은 나름의 방식으로 기품도 있었다. 그게 시인지 아니면 짧은 이야기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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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와 함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책에 대해 아는 바도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책을 펼치면 몇줄을 읽지도 못한 채 나는  난독증에 빠지곤 했다. 어쩌면 건조한 묘사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모자람이 비할 수 없이 확실한 원인일 것이다. 어슐러 르 귄의 모든 작품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당연히, 그리고 운좋게도 <오멜라스를 떠나가는 사람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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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온종일 비가 왔었다. 돌아오는 길, 길모퉁이 부식가게가 열려있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는 겉옷 주머니에 천원짜리 몇장을 넣어두고 밖으로 나섰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부식가게에 들러는 날이 오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생활력 강해 보이는 아주머니지만 이제는 부식가게라는 것이 추억 속의 거리에나 있는 법이어서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엄동설한의 좁은 골목에서 김장일을 대신하기도 하고 야채 트럭을 운전하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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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기억을 소재로 한 최근의 영화를 봤다. 아주 대충 봐서 영화에 관해선 뭐라 말도 하지 못하겠다. 알다시피 기억이란 굉장히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며, 뜻밖에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과거에 대한 완벽한 기록이 있다고 한들 희미한 기억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심지어 까마득히 잊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낌은 남아 있음을 나는 안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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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에게 ◉

장안에 한 젊은이 있어 나이 스물에 마음은 벌써 늙어 버렸네   이하의 시는 이렇게 시작했다. 젊어서도 젊은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두 줄에서 벌써 ‘진상’을 보았다. “진상에게”의 진상은 이하와 비슷한 연배의 품격있는 청년이었던 것 같지만 그 진상이 허접한 어떤 이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보니 자꾸 엉뚱한 것만 더 눈에 들어온다. 진상은 허상이 되고 거기에서야 진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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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살인의 추억

“치정살인”이란 단어는 내가 썼던 그 노래에 대한 가장 간략한 정의였다. 본인이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래도록 연결이 끊어진 채인 그가 플로라를 알게 된 것은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리던 내 손끝에서였다. 그런데 이 단어를 친구의 아이디로 들어간 고등학교 동창 ‘밴드’에서 보게 되리란 생각은 정말 못했다. (현재 내 폰에는 ‘밴드’도 ‘페이스북’도 없다. ‘카톡’을 쓸 일도 없다.) lily of t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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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과일 가게

몹시도 들여다보고 싶었던 여인의 방 ― 예전에 ‘경화미용원’이 자리했던 아파트 위쪽길 초입의 편의점 옆에 과일가게 하나 새로 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 문을 닫은 가게의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어 이름도 없지만 길 앞에까지 진열대를 내어놓고 불을 환히 밝힌 채 젊은 부부가 장사를 한다. 새로 시작한 가게라서 그런지 소박한 진열대도 과일도 반질반질하게 보이고 앞길까지 부지런히 쓸어가며 그네들은 희망에 부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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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명수게맛살조리예그리고

생명의 신비, 그런 책에서 봤던 것인가 모르겠다. 어떤 풀벌레가 있었다. 그놈은 독이 없는데 독 있는 벌레와 거의 같은 무늬를 흉내내어 제 목숨을 보존하고자 했다. 뱀 가운데도 무늬만 독뱀을 흉내내는 비슷한 종류가 있었다. 어쩌면 게맛살도 비슷하고 예전엔 그냥 바나나 우유였던 바나나맛 우유도 그렇다. 또 어쩌면 소화제 치고는 너무도 거창한 이름을 지녔던 활명수나 이제는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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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b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 오고 체전부(遞傳夫)는 이따금 ‘하도롱’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愁心)이 생겼나 봅니다. 나도 도회(都會)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 /산촌여정, 이상 그래도 좋았고 아니라도 좋았습니다. mjb의 향기, 그건 연인의 이니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커피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 찾아볼 생각은 한번도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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