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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 애플비, 하찮은 미스터리

내가 어렸을 때 병 속에 쪽지를 넣어서… 그 쪽지엔 내 이름과 주소를 적었지. 그런 다음 병을 바다에 던졌지. 그리고 그걸 누가 발견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하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잠꼬대 같은 소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침묵의 질주>를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서였다.  여전히 인상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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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그런 하루 ◎

십수년 전 어느 가을 날이었다. 창가 시들한 허브 화분에 이름모를 벌레 한마리 천천히 날아 들었다. 가지가 아닌 화분 옆면에 매달린 듯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아주 작은 벌레는 아니었고 휴식이라도 취하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에 봤을 때도 꿈쩍 않는 것이 곤충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특이한 모습에 나는 사진을 찍었고 묘한 모양새가 ‘좌탈’을 생각나게 해서 중의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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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그것

1.친구가 에러났다고 가져온 외장하드를 좀 살펴봤다. 데이터 복구회사에 가서 문의를 했더니 상당한 고액이라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면으로 그다지 경험이 많지도 않은 내가 어찌어찌 수리에 성공하여 대부분의 에러가 해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득불 하드의 내용들을 일부 체크하게 되었는데 나름 오타쿠 기질이 있는 친구라는 것, 새삼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친구가 적어준 폴더만 조심스레 카피를 하고 하드디스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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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그리고 시

창녕의 이른 아침, 바짝 마른 마당 텃밭에 물을 주고 오신 모친 손에 아주 큼지막한 참외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당 한귀퉁이에 과일 껍질 같은 것 버리는 장소가 있는데 그 주변에 언제인지도 모르게 참외 하나가 자라고 있었나 보다. 자칫 썩혔을 수도 있었을텐데 용케 찾아 오셨다. 물 주고 거름 주고 비료 줘가면서 키운 참외가 아니어서 단맛은 좀 못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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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덟 살에게 ◎

1. 여름엔 삶은 옥수수도 가끔 사고 겨울엔 어묵을 사가곤 하는 길모퉁이 부식가게, 그녀가 등 돌린 채 앉아 있다. 바깥은 이토록 봄날인데 닫힌 창문 너머로 일없이 앉아 있는 그녀의 잔기침 소리가 들린다. 김장이든 부식이든 일만 있다면 밤을 새워서도 즐거이 움직일 분이건만 이렇게 환한 아침 어둑한 실내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   2. 유치원 아이들이 손잡고 봄나들이를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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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테스트

  오늘 나오다 프리우스도 옆에 있고 해서 폰으로 한장 찍어봤다. 저 앞의 큰길 벚꽃이 멋진데 이곳이 한산해서 나는 오히려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거의 30년 이상 이 아파트의 벽 또한 벚꽃 같은 연분홍 빛깔이었다!) 퇴근길에는 다른 이의 사진에 행인1, 행인2로 너무 많이 찍히는 것 같아 좀 불편하다. 모친이 주로 사용하고 계시는 프리우스는 외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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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흩어져버린 이름이지만

들은 이야기라 언제였던가는 잘 모르겠다. 원주에서 어떤 세미나가 있었고 네 살 많은 나의 누나 또한 발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이○ 교수 발표 밖에 들을 게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해마다 참석했으면 한다고 했었단다. 준비도 물론 열심으로 했겠지만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까닭이리라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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