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관해서 제일 오래된 기억 가운데 하나라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외딴 방에 있던 크고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던 “눈물젖은 두만강”의 전주다. 금속성의 큼지막한 소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향수가 뭔줄도 모르고 ‘퍼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오늘 시간이 있어서 옛날에 쓰던 이어폰들을 좀 찾아봤다. 뒤져보니 나도 참 미친 짓 많이 했었나 보다. 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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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 애플비, 하찮은 미스터리
내가 어렸을 때 병 속에 쪽지를 넣어서… 그 쪽지엔 내 이름과 주소를 적었지. 그런 다음 병을 바다에 던졌지. 그리고 그걸 누가 발견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하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잠꼬대 같은 소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침묵의 질주>를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서였다. 여전히 인상적인 […]
내게도 그런 하루 ◎
십수년 전 어느 가을 날이었다. 창가 시들한 허브 화분에 이름모를 벌레 한마리 천천히 날아 들었다. 가지가 아닌 화분 옆면에 매달린 듯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아주 작은 벌레는 아니었고 휴식이라도 취하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에 봤을 때도 꿈쩍 않는 것이 곤충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특이한 모습에 나는 사진을 찍었고 묘한 모양새가 ‘좌탈’을 생각나게 해서 중의적인 […]
말할 수 없는 그것
1.친구가 에러났다고 가져온 외장하드를 좀 살펴봤다. 데이터 복구회사에 가서 문의를 했더니 상당한 고액이라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면으로 그다지 경험이 많지도 않은 내가 어찌어찌 수리에 성공하여 대부분의 에러가 해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득불 하드의 내용들을 일부 체크하게 되었는데 나름 오타쿠 기질이 있는 친구라는 것, 새삼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친구가 적어준 폴더만 조심스레 카피를 하고 하드디스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