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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소리들

소리에 관해서 제일 오래된 기억 가운데 하나라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외딴 방에 있던 크고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던 “눈물젖은 두만강”의 전주다. 금속성의 큼지막한 소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향수가 뭔줄도 모르고 ‘퍼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오늘 시간이 있어서 옛날에 쓰던 이어폰들을 좀 찾아봤다. 뒤져보니 나도 참 미친 짓 많이 했었나 보다. 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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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노릇

1년이 지났는지 2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장난 전광판인양 글 한줄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네요. 풀죽은 마음이 바늘 끝에서 안절부절입니다. 韻 타고 나지 못한 생이 運이라도 있고 없고 시인하기 힘든 일이지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요,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10년이 지났는지 20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걷지도 멈추지도 못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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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메모랜덤

그러고 보니 queen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좀 까마득한 느낌도 들고. 그렇게 화제가 되었던 <보헤미안 랩소디>도 나는 무덤덤했다. 어릴 적에야 퀸의 노래도 나름 좋아했지만 나로선 그 영화를 통해 추억을 반추할만큼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나름의 기억을 통해 퀸에 대해 잠깐 돌아보았다. 내가 처음 퀸을 알게 된 것은 열넷, 열다섯 쯤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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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 애플비, 하찮은 미스터리

내가 어렸을 때 병 속에 쪽지를 넣어서… 그 쪽지엔 내 이름과 주소를 적었지. 그런 다음 병을 바다에 던졌지. 그리고 그걸 누가 발견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하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잠꼬대 같은 소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침묵의 질주>를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서였다.  여전히 인상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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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그런 하루 ◎

십수년 전 어느 가을 날이었다. 창가 시들한 허브 화분에 이름모를 벌레 한마리 천천히 날아 들었다. 가지가 아닌 화분 옆면에 매달린 듯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아주 작은 벌레는 아니었고 휴식이라도 취하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에 봤을 때도 꿈쩍 않는 것이 곤충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특이한 모습에 나는 사진을 찍었고 묘한 모양새가 ‘좌탈’을 생각나게 해서 중의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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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그것

1.친구가 에러났다고 가져온 외장하드를 좀 살펴봤다. 데이터 복구회사에 가서 문의를 했더니 상당한 고액이라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면으로 그다지 경험이 많지도 않은 내가 어찌어찌 수리에 성공하여 대부분의 에러가 해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득불 하드의 내용들을 일부 체크하게 되었는데 나름 오타쿠 기질이 있는 친구라는 것, 새삼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친구가 적어준 폴더만 조심스레 카피를 하고 하드디스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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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그리고 시

창녕의 이른 아침, 바짝 마른 마당 텃밭에 물을 주고 오신 모친 손에 아주 큼지막한 참외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당 한귀퉁이에 과일 껍질 같은 것 버리는 장소가 있는데 그 주변에 언제인지도 모르게 참외 하나가 자라고 있었나 보다. 자칫 썩혔을 수도 있었을텐데 용케 찾아 오셨다. 물 주고 거름 주고 비료 줘가면서 키운 참외가 아니어서 단맛은 좀 못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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