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허울좋은 명분을 미스릴의 갑옷인양 여전히 걸쳐입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빛나는 갑옷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감시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감시자들의 역할 또한 교묘하게 변화되고 있음 또한 분명하다. 감시해야 할 대상을 감시하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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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 여름날의 산자락, 재래식 화장실에는 알지 못할 작은 곤충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레들의 날개짓 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여기저기서 들렸다. 역한 냄새, 역한 소리 속에 누군가는 그것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딘가의 존재가 되었음에 그 작은 목숨들의 소리가 묘하게 처연하게 들렸던 것을 기억한다. <날개가 부르는 소리>는 아가싸 크리싀티의 단편 제목이다. 오래 전에 몇번이고 […]
1층으로부터의 편지
<내재율> 내ː재-율, 內在律 자유시나 산문시 등에서 문장 안에 잠재적으로 깃들여 있는 운율. ↔외형률(外形律). /구글 사전 언제나 낯선 길 ㅡ 오늘 사무실 나와 보니 문 앞에 종이 하나 꽂혀 있었다. 손님의 메시지인가 했는데 아래층 맥주가게서 빼곡히 적어놓은 사연이었다. “만나 뵐 기회가 많지 않아서 편지 드립니다”로 시작한 글은 실은 일종의 수기식 수도요금 청구서였다. 오래된 낡은 […]
내가 없는 날의 리스트 +
최근 친구 아버님의 문상을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만약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실없는 상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생각은 한 두해 전, ‘노래 리스트’ 만들다가 시작된 것이다. <캡틴 판타스틱>에서 화장한 유골을 공항 화장실(^^)에 뿌리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도 포함하여. <죽고 난 뒤의 팬티>처럼 소심한 삶의 안할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
내가 쓴 가장 좋은 시
행 없이 행을 늘이고 끊어진 연으로 연을 이어 가지만 쓴 맛 없는 쓴맛뿐, 쓴 것은 없네 단 것도 없네 대개 짐이고 번민만 가득한데 내가 쓴 가장 좋은 시란 잠깐의 희망이 수십년 헛꿈으로 남은 아직 쓰지 못한 시 +<시인합니다>가 그랬듯 시 쓰기에 대해 나는 가끔 끄적여 왔다. 그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