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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이름

일로 해서 몇년간 알고 지낸 할아버지 한분이 두어달 전 사무실로 화분을 갖고 오셨다. 자신이 키우던 꽃의 줄기를 떼서 옮긴 것으로 귀한 꽃이라며 주셨다. 누군가가 원산지를 인도산이라며 주셨다는데 이름은 모르지만 석장짜리 꽃잎이 독특하다 하셨다. 떨리는 손 성치 못한 걸음으로 한손에 화분 들고 버스 타고 전해주신 노인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 꽃이 어떠한들 이름이 무엇인들 감사히 소중히 키워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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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의 안부

우리 다섯 손가락 가운데 하나를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때였다. 정리를 하느라 미국엘 갔을 때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고 계시던 분께서 콜로라도에 있는 별장의 열쇠를 주셨다. 혹시라도 콜로라도에 가게 된다면 내 집처럼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런 마음이 큰 위로가 되던 시절이라 나는 돌아와서 아버지께 말씀을 전해드렸다. 1년에 6개월씩 눈이 내린다는 그곳,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을 우리가 찾을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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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버린 말들

말은 얼마든지 바뀌기 쉽다. 정치인의 말은 더욱 그렇다. 몇년 전의 말을 자신에게 되돌려보면 있을 수 없는 것이 일어나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또 그것을 뒤집는 것에 관해 변명과 무시만이 있을 뿐,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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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taph

괜찮아 그냥 단어들일 뿐이야 물로 쓴……+   세상의 숱한 묘비명들 가운데 딱히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없다. 킹 크림슨의 Epitaph처럼 Confusion이 내  Epitaph이 될 수도 없다. 존 키츠의 묘비명에 깊이 공감하였고, 묘비명은 아니었지만 “Ames Point”라는 이름이 붙은 표지석을 나는 기억한다. 눈물이 앞을 가렸던 2000년의 여름, 위스칸신의 위네바고 호수 제방 끝자락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읽었으나 나는 제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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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 와이어리스의 저주, 저주받은 와이어리스       작년 초가을쯤, 누군가 내 시집을 궁금해 했다. 나는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건 저주받은 시집이라고 말했다. 순전히 내 입장이라면 몇가지 다른 이유들을 갖다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말한 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허술한 글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고, 다른 하나는 정말이지 끊어져버릴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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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윗 페퍼 랜드

중고등학교 시절의 마이 스윗 페퍼 랜드라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십년의 시간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에서 향신료가 너무 많이 사용된 듯한 이란의 어느 노래를 들었을 적에 그 배경에 있는 어떤 얼굴이 몹시도 인상적이었고 그것은 실크로드의 끝자락에서 보았던 여인을 생각나게 했다. 나는 누군지 모를 그 얼굴의 주인공을 용케도 찾아내었는데 그녀는 그 전에 보았던 <패터슨>의 여주인공이었던 골쉬프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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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처음 브라질 음악을 듣고 혹해 포르투갈어 제목들의 뜻을 찾아 헤매일 적에 가장 눈에 들어온 단어는 saudade였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에서 카보베르데까지, 파두와 쌈바, 보싸노바와 모르나까지 포르투갈-브라질만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나는 그것이 그리움과 매우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다. minha namorada, 나의 연인을 향한 또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 또는 그 모든 것이 함께 했던 순간을 향한.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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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그저 그런 길, 매일 지나치는 오래된 세탁소 무슨 사연인지 주인 아저씨와 그분 할머니만 계시는 듯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할머니는 가게에 나와 앉아 거리를 바라보십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 마주치면 나는 그분들과 늘 인사를 나눕니다 딱히 즐거울 것도 없는 길 하지만 할머니께 인사드릴 적에는 늘 웃습니다 걸음도 건강도 이제는 편치만은 않으신 할머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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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은이에요

“재즈를 좋아하시나봐요.” 책상 위에 읽으려고 둔 몇 권과 도서관서 빌려온 책들이 쌓여 있었지요. 그냥 잘 알지 못해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인데요.” 너가 어찌 이런 책을 읽느냐는 뉘앙스가 풍겼지만 그저 몇 페이지를 보려고 빌렸고 읽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사실이 그랬지요. 몇년을 두고 있었지만 세권짜리 그 책을 아직 반의 반도 읽지 못했죠. 어찌 좀 낯선가요, 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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