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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공동운명

우리는 승리를 얻을 수도 있고 재앙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 두 가지 허깨비를 똑같이 취급해야 해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난 금요일이었다. 모처럼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이 친구와의 식사에 있어 나는 선택권을 전혀 갖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가 음식점을 잘 아는데다 잘 아는 그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랬다. 어제는 초량의 중국집과 송도의 어떤 식당을 내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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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the music died

1980년 12월, 존 레넌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Times 커버를 아직 기억한다. 거기에는 그의 초상화와 함께 “When the music died”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예전에도 여러번 붙은 적이 있다. 가사만 봐도 그렇다. 버디 할리와 리치 발렌스가 죽은 1959년의 비행기 사고를 “The day the music died”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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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

그레이엄 그린을 조금 좋아한다. 고3 시절 수험생으로서의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던 상태에서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 <제3의 사나이>에 대한 당시의 매혹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 마틴즈처럼 가슴이 뛰었던 것을 기억한다. 문학상에 어울리는 작가는 아닐지 모르지만 심오하진 않더라도 한편의 멋진 영화(오손 웰즈가 나온 <제3의 사나이>처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그의 두툼한 단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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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읽는 글들

어제 손에 불타는 석탄을 쥐고 마구 던지려 했다. 밤새 손바닥이 아려왔다. 알다시피 그게 아니라…… 그리고 때늦은 소식처럼 허수경의 책이 왔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꽤 양면적이지만 시에 관해서라면 독보적인 세계를 지닌 그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From her to eternity란 제목으로 글을 끄적였다. 그리고 며칠 전 피란델로 책을 구하다 그녀의 흔적을 찾게 되었다. 가기 전에 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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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를 쓴다는 꿈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 /요한복음 21-11     이창기의 <모나미 볼펜처럼>에 마음 갔었지만 모나미 볼펜을 좋아한 적은 없다 펜대는 너무 가늘고 0.7mm의 볼은 꾹꾹 누르지 않으면 필기도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몹시도 사무적이고 관공서적인 그 느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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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디비아스키 에이지 (축)

에베레스트산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돈 룩 업, 랜달 민디 교수   북미의 평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국내는 달랐던 것 같고, 우울한 결말임에도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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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염려할 수 있는 하루

아버지가 2주 동안 혈압약을 드시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전, 병원 진료결과를 보고 왔던 저녁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소리도 좀 질렀나 보다. 6학년때 아버지께 알파벳과 기초영어를 배웠다. 어느날 펜맨쉽을 사오신 아버지는 그걸 하루만에 다 쓰라고 하셨다. 내게 그건 너무 많은 양이었고 나는 그것을 결코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 몰래 몇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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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털달개비, 접시꽃 화분 전해주신 할아버지께서 예고없이 오셨다. ‘남묘호렌게쿄’를 믿는 분이신지라 모임에 발표할 글 때문이었다. 일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접혀지고 구겨진 봉투 셋을 꺼내서 주셨다. 접힌 봉투마다에 불편한 손 떨리는 손으로 쓴 꽃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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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이면도로에 문 꼭 닫고 주차한 채 에어컨 빵빵하게 돌리고 있는 디젤 SUV. 공감하는 척 하는 능력 / 공감 능력. 폐. 저장(강박). 브라질 음악/리듬.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시대의 브라질 아티스트들. 꿈비아, 케이준, 파두. 마야, 아즈텍, 잉카 시대의 삶과 전설과 역사.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쓴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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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 : 부서질만큼 상했다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최후, 이상   홍콩의 빈과일보가 강제로 폐간되었다. 알고보니 빈과일보의 사주는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람이었다. 지오다노 하면 또 생각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21년쯤 전의 이맘때이다. 나는 동생과 남포동엘 가서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리고 지오다노에 들러 내 바지도 사고 그랬다. 색깔이며 모양새며 동생이 다 챙겨주었던 것이 광년의 시간처럼 아득하게도 느껴지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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