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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spering in my ear

2009년의 마지막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느 역에선가 황급히 일어나던 아저씨 주머니에서 열쇠가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그것을 본 듯 싶었다. 출구를 향해 달려가던 분을 불렀으나 못들었는지 그냥 가시기에 목소리를 좀 더 올려 열쇠가 떨어진 것을 알려줬다.(이럴 경우 부르는 사람이 더 부담스럽고 무안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것일까. 나이를 먹으면 이런 부끄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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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고장

지난 여름에 이어 다시 한번 경주를 다녀왔다. 연꽃이 만개했던 연못은 가뭄 탓인지 바닥을 보였고, 새카맣게 말라버린 연밥은 고장난 전화기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느 누군가도 비슷하니 그렇게 살고 있다. 별은 그토록 낮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지 꿈은 나날이 터무니없이 졸아들었으나 월성과 계림의 풀밭과 숲은 계절을 느끼며 걷고 즐기기에 충분하였다. ‘덕만’의 시대는 험난하였다는데 분황사와 첨성대, 황룡사 목탑이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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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 요리 / 시스템 복원

<초고속 승진을 시킨 마술>에서 가장 절묘한 것은 ‘메추리를 재료로 하는 저녁 요리’라는 복선이다. 마술을 시작하는 시점에 등장하는 “메추리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만들지 말라”는 언급은 나중에 마법을 취소시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그것과 똑같은 역할을 하는 복선 내지 스위치가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포함되어 있다. 윈도 xp, 비스타 등의 <시스템 도구> 항목에 있는 <시스템 복원>이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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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리

날씨는 버거울만치 무더웠고 길은 여기저기 정체가 심했다. 박물관은 그 본래의 기능과는 별 관련이 없는 무질서와 무례, 그리고 카메라 플래쉬의 경연을 관람하기 위한 장소처럼 보였다. 경주엘 잠시 다녀왔다. 집안의 일도 좀 보고 그리고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어느 옛 스님이 즐겨 피리를 불고 시를 읊었다던 장소를 찾아갔다. 천년고도에 관광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천왕사터 도로변에는 안내판조차 제대로 없었고 믿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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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의심치 않는 어떤 미래에 대한 사소한 기록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벚꽃나무로 무성하다. 이제는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선 나무들이 봄날이면 터널을 이룰 정도로 자랐으니 어느 계절이나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런 거리다. 가을은 가을대로 단출한 운치가 있고, 봄날에는 어떤 벚꽃길보다도 소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늘 “여름날의 푸른 잎새들”이란 옛 노래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이다. 아파트의 제일 중심에는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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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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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종류의 고독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 더글러스 트럼불, 1971 오랫동안 한 척의 우주선도 오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난 것일까? ㅡ 두번째 종류의 고독, 죠지 R.R. 마틴   영화를 어디에서 봤는지가 가끔은 영화 자체보다도 더 선명하게 기억날 떄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엔 승객이 거의 없는 고속버스 안에서 비디오로 보았고 <침묵의 질주>는 고등학교 1학년 쯤엔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하지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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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나무 끝의 부용화 산 속에서 붉은 봉오릴 터뜨렸네 개울가 집이라 적막하여 인적 없는데 어지러이 피었다간 또 지는구나 /신이오, 왕유 木末芙蓉花  목발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중발홍악 澗戶寂無人  간호적무인 紛紛開且落  분분개차락 /辛夷塢, 王維   그 이름을 기억하거나 외우고 간직하는 것만이 영속성을 보증하는 틀림없는 방법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 ㅡ 사람들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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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에게 전하는 인사

델리아 엘레나 산 마르꼬, 보르헤스     바람도 선선한 가을날입니다. 늘 다니던 길에서 새로운 가게 하나를 발견한 것처럼 늘 보던 화단에서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나무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델리아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느낌, 오래도록 여기저기 뒤적여 왔으나 너무 짧은 글이어서 그냥 무심하게 넘어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를 헤매이면서도 그녀를 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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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를 위하여

: 만돌이의 엘러지(Jealous Guy)   국민학교 6학년때 만돌이는 머슴이었습니다. 그때 키가 좀 크기도 했습니다만, 담임선생님은 시골에서 전학 오고, 키가 큰 아이들을 4명 뽑았습니다. 만돌이처럼 밀양에서 전학온 친구도 하나 있었고, 나머지 두 친구도 모두 고향 잃은 아이들이었습니다.(연필을 참 예쁘게 잘 깎는 친구도 있었고, 필기할 때 연필 아래에 자를 대고 ㄴ이나 ㄹ을 희안하게 편하고 재미있게 그어대는 친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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