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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M.

A. 딸들은 자라면 다 그렇다. 눈치나 안보면 다행이다. B.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아빠라기보다 나는 엄마로 살고 있으니까. 그곳은 부엌이거나 화장실 같았다. 타일의 벽은 몇 갈래로 금이 간 채 부서져 있었다. 그 누군가 — U. A.는 기발하게도 그곳에 액자를 걸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풍경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타일의 균열을 액자 안에 가뒀다. 오른쪽 한 귀퉁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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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민주공화국

사무실 오는 길,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 가끔 높으신 나으리가 지나가는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지 사무실 가는 큰 길에 안보이던 경찰들이 나와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어제도 비슷한 시간대에 예행 연습 같은 것이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인도 신호등이 네 번, 다섯 번은 바뀌었을 시간인데도 형광색 조끼를 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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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い恋人, 시로이 코이비토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연주곡 가운데 “하얀 연인들”이 있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공식 다큐멘터리 테마곡 “13 Jours en France”인데 (일본의 영향인지) “하얀 연인들”로 알려졌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프랑시스 레)의 작품이다. ‘세미 클래식’이란 쟝르에 어울릴법한 그런 류일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동계올림픽은 이 곡으로 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옛시절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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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事虛辭

한시간 가량 지하철 타고 처음으로 갔던 병원에서 대신 받은 처방전에는 여섯 개의 약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네 개의 알약은 날짜별로 포장되어 있었다. 둘은 따로 종이곽과 플라스틱 케이스로 받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두 종류는 드시지 않는다. 약 먹기 전부터 사진 찍고 또 사진 찍고 뭔가를 폰에 메모한다. 이쑤시개로 조심조심 신중하게 봉지를 뜯는다. 그리고 아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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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지난 늦가을 베르가못 꽃씨를 구해 두 개의 종이컵에 심었었다. 철이 맞지 않은 것은 알았으나 집안이어서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베르가못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다. 어릴 적에 어쩌다 마셔봤던 홍차 ― 한참 뒤에야 어느 세심한 손길을 통해 알게 된 그 이름 얼 그레이 때문인지 베르가못은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금세 자랄 줄 알았지만 정말 깨알 같은 새싹들은 몹시도 더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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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씨앗”에 관한 부연

내가 쓴 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사설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에 대해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우연히 구글 바드 테스트하다 카카오 씨앗의 초기 버전을 올렸더니 시라고도 하지 않았고 해석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심지어 제목도 빠트렸다) 시로 이해하고 나름의 설명을 하였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는데 우선 AI의 해설을 살펴보고 내 이야기를 덧붙일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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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 하이쿠, 궁금한 너의 창가

다만 그 그늘에 놀며 풍우에 쉬 찢겨짐을 사랑할 뿐이로다. /마츠오 바쇼   존 레넌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밥 딜런 보다는 그 사람을 훨씬 좋아한다고 느낀다. 음악에 국한해서라면 (그의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 언제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는 존 레넌보다 딜런을 더 즐겨 듣는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생각은 한참 다르다. 오늘은 오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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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런 넉달 그런 4년 그런 20년……. 지나서 지나가다 찔 러보는 것도 아니고 뭔데 먼데 있는줄 알았는데 눈앞이었다는 것 슬 그머니 알려줘서 어떡하라는 건데 행복한지 힘겨운지 그리운지 괴로운지 어떤 사연 숨어 있는지 차마 물어볼 수 없어 마냥 기다렸는데 남아 있는 나날 돌아 보면서 행복한지 힘겨운지 그리운지 괴로운지 안절부절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상처주길 기다리는지 다시 한번 상처받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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