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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바다 ​Mare Spumans

잠시 기다려주오 위난의 바다 속 섬 같은 그곳 나 이 모래성 허물고 그대 마음대로 나고 들 세상 다시 지으리 그리고 등 돌린 채 그 자리서 잊혀져버린 세계 끝내 담을 수 없었던 未知 바다는 천길만길 물러나 자취를 감추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돌아오지 못할 이름 주었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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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詩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부셔져라 기둥에 부딪혀 딸의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만들었지요. 딸은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그랬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역시 늘상 무지막지하게 맞곤 했다지요. 아들 낳지 못한 죄로 설움 더 많았던 그녀는 딸을 향해 원망과 증오를 불태우며 또 그렇게 모질게 매질했더랬지요. 그녀가 어린 딸의 마음에 전해준 가장 오래된 기억도 바로 그것이었죠. 옥아… 아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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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예를 들자면

컴퓨터는 이미 낡아 폐기처분 되었는데 있던 것 쓰느라 비닐도 뜯지 않고 그냥 뒀던 전원 케이블이나 이제는 쓰지도 않는 기능들을 화려하게 자랑하며 어딘가 가만히 모셔져 있는 텅 빈 핸드폰 박스 같은 것, 책상 설합 한 귀퉁이에 새것처럼 남아 있는 존재하지 않는 시계를 위한 보증서, 루이뷔통 문양이 새겨진 낡은 갈색 비닐봉지나 이미 도수가 맞지 않거나 부서져서 버렸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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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루한 영원

시는 스님께서 서기 760년 쯤에 쓴 것이고요, 그럼 그 가지는 어디쯤 있었던 걸까요. 어리석은 현장검증에 착잡했던 여름날을 기억합니다. 절터가 있던 낮은 산길을 걸을 적에는 생각지 못했습니다만 피리를 불어 달을 밝히던 스님, 그에게서 시가 된 그 일이 실제론 일어나지 않았으리란 상상을 가끔 합니다. 그럼 그 시는 아주 오래된 화두이거나 또는 그날에서 오늘까지, 수천년까지의 수많은 어느 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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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가을의 도로 위를 무작위로 흐르는 노래들, 오랜만에 장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부터 그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이 사람 찾아 헤매이는 그 먼 곳 생각나서 꽉 닫힌 창문 안에서 뒤늦게 목청껏 따라 불렀다 내 마음이 가는 그 곳+, 아득한 그 곳 향해 마음 몇 가닥 옮겨보려고 오랜 세월 씨줄 날줄 엮어도 보았으나 처음에 떠올렸던 어느 한 줄이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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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 삼행시

그 목줄 누가 내어놓았는지 강아지 한 마리 위태로이 찻길 따라 걷는다 바쁠 것 없는 걸음 괜스레 재촉하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친다   (알지 못하는 셋이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 가운데 二人이 느낀 것을 어느 一人이 쓰다.)     /201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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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그것

감히 말할 수 없는 그것 - 카르투슈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신성한 이름처럼 섣불리 발음조차 할 수 없는 그것 텅 비어 있는 왕의 자리처럼 감히 묘사할 수 없는 그것 새벽 꿈길에 흔적 없이 왔다 가고, 폭풍처럼 한 순간에 나를 채우곤 했네 어떤 전통은 그것을 14행으로 노래하려 했고, 어느 나라에선 세 줄이거나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였다네 어떤 이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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