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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정차

그래서 이토록 멈추어 있었던가. 무료함에 지친 저녁, 어느 영화로운 여인에 관한 인터뷰를 보다 욕망에 충실한 여자 주인공이란 말에 끌끌…… 혀를 찼다. 그래, 아무렴…… 그녀는 충실하겠지.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그런 사람도 여럿이겠지. 하면 된다 ― 남들 으랏차차 즐거이 힘을 쓸 때, 게네들 영시기 영차 기꺼이 땀 흘릴…… 그래 그렇지, 그럼 그랬지…… 어떤 불성실한 작자는 면벽으로 수행하고 고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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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점

그녀가 사다준 조그만 고무 지압기 지하철에서 샀을까 아니면 길거리 좌판에서 샀을까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에 뭉툭한 바늘이 가득하다 가끔씩 그녀를 생각하며 그걸 손에 꼭 쥐어본다 약간은 시원하고 약간은 아픈 느낌 때로는 그립고 때로는 만지고 싶은 느낌 손바닥을 펴면 압점마다 박혀 있는 수많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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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賀의 마지막 말

목숨 壽 한 획 길고 짧음이 무슨 대수랴 奚囊해낭 속에 천년의 푸른 피 채웠음에 호기로움 도리어 심금 울리네 미처 쓰지 못한 사연들 뿔뿔이 흩어지고 玉樓옥루 높고 좁아 디딜 자리 없으니 먼발치로 그리는 것도 실없는 짓, 비루하게 살고 또 살아 허튼 주머니 털어버리는 것도 多幸이려니     +“상제께서 백옥루를 짓고 내게 記文을 쓰라 하신다.” 이하, 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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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점

레몬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책상 위에 나란히 허브 화분 셋을 갖다 놓았던 날엔 라벤더 언덕의 꿈을 꾸었다 살짝 손을 갖다대기만 해도 풍겨오는 향기가 상큼하기도 하였다 물과 햇살 그 어디서 그런 향이 만들어지는지 참으로 신기한 마법이었다 박테리아 하나의 조직이 웬만한 중소도시에 맞먹는다던데 그럼 이것은 얼마나 대단한 역사인가 생각날 때마다 잎을 흔들며 초록빛 인생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갈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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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옥상에있는그 녀를생각하다목에가시가걸리었다 언제였던지시간흘러가니바싹바싹목이탄다 그러나당장죽을일도아니고가슴쥐어뜯을일도아니다 조심스레침을삼키며기다리거나한땀한땀풀어헤쳐가는눈물 바늘이다담배연기를한껏깊이들이마시거나물도마셔보고 절식을하거나토할지경으로밥을먹어도본다 하지만아주아주많은시간이필요할것이다 가시를생각하다옥상에서있던그녀는내려갔다 내일도그렇게목구멍으로직통하는눈물 방울이다 한걸음디딜때마다그녀의발바닥이아프다 그녀가계단을내려온다그녀가계단을내려간다 자꾸날더러어둡다고한다 그가계단을올라온다그가계단을올라간다 그녀의목에걸리어있는 그옥상에있는그 가시다 생선가시하나목이막히어나는그자리가평생인양 벙어리처럼바보처럼 그리고표독스럽게   /2000. 4. 25. mister.yⓒmisteryca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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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생각했으나 붙이지 아니함.

다만 홀로 허덕였을 뿐, 수없이 많은 말을 건넸으나 답은 없었다 땀과 숨이 뒤섞일 때 숨과 숨이 거칠게 맞닥뜨릴 때 오늘도 봉긋한 그 가슴에 오르다   /2006. 1. 28.     ++ 제목을 사용했다면 좀 썰렁했을 것이다. 영상이 상상을 제약하듯, 제목이 많은 것을 가두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붙이지 않은 제목 때문에 붙이지 않은 다른 제목이 붙었다. 마음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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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for Busan

A night train is coming In my sleep, in my dream, screaming without sound She is also running toward me Gazing outside, an endless glance her sorrowing spirit is coming for me riding the night Light flows without ceasing or drifting, it’s coming, aiming at me, the blind man   2000. 5. 5.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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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소식

별이 사라진 것도 꿋꿋이 견뎌온 건물이 허물어진 것도 아니다. 1년이나 버텼을까 모르겠다. 육교 건너편 인적 드문 길, 점포 하나 문 닫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 간판은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 한때는 희망이었고 한때는 버겁기에 더 기대했던 빛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벌써 퇴각해버린 꿈일 뿐인데 자동 타이머가 붙어 있는 간판이 그 길을 훤하니 비추고 있다. 텅 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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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

그 목줄 누가 내어놓았는지 강아지 한 마리 위태로이 찻길 따라 걷는다 바쁠 것 없는 걸음 괜스레 재촉하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친다   (알지 못하는 셋이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 가운데 二人이 느낀 것을 어느 一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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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기 심장

귀를 대어보세요. 그녀의 가슴이 째깍거립니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들리는 법 한 시간이 한순간처럼 지나갑니다. 다들 그러하듯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그곳 그냥 그대로 얼어붙은 초점입니다. 그러던 내 가슴에 손 얹어보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귀를 대어보세요. 다들 그러하듯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도무지 이길 길 없어 멈출 법도 했건만 한 번쯤 참지 못해 달아날 법도 했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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