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하늘거리면 속이라도 비칠 것 같은 커튼 그리고 여인의 얄따란 치마 어찌 못할 그 가락 + 아래처럼 고치기도 했으나 조금 난한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애가 타는’과 ‘내가 타는’을 어떻게든 넣어보려 했으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그 둘이 생략되어 있다 말하고 싶은) 제목이었다. 좀 더 적당한 ‘가락’이 있을지에 관해서는 두고두고 더 […]
[카테고리:] 말할 수 없는 그것
제목을 생각했으나 따로 붙이지 아니함.
내게 바람을 일으켜줘 더없이 조심스레 그리고 있는 힘껏 너의 숨결을 불어넣어줘 밀고 당기고 안아주지 않는다면 노래할 수 없는 몸 다시 한번 그 가슴에 내 가슴 붙여 실컷 울고 싶어 이슬이거나 숨죽인 천둥이거나 너의 박동을 나는 번역할 수 있지 숨결도 골라가며 네 손길 닿는대로 풀무질 하는대로 즐겁게 청승맞게 노래할 수 있지 내 안을 파고든 바람 ㅡㅡ […]
hisvegetablewife
오 한봉지 씨를 뿌렸네 놀라운 그녀를 온실에 심어둔 거야 그러면 싹이 나고 줄기가 생겨 잘도 자라지 아름다운 여인이 되지 내가 원했던 것은 식물 같은 여자 아름답고 착하고 순종하는 식물 같은 여자 원할 땐 뭐든 다 들어주는 동물 같은 여자 그녀는 결혼을 위해 식물이 되지 그녀는 아기를 위해 식물이 되지 그녀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식물이 되지 […]
머물 곳 없는 이는 갈 곳도 없이
더위만이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는 오전의 한산한 거리, 겨우 햇빛 가릴 정도의 평상에 늘상 술 드시는 아저씨가 어김없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평소 배경처럼 앉아 있던 주인 아저씨도 쌀집 할머니도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그의 곁엔 행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등을 돌린 채 담배를 피우며 신세타령을 하고 있다. 남편도 없는데 딸이 섭섭하고 빌어먹을 담배값은 너무 비싸다. 숨막히는 열기에 […]
노란색 여행용 베개
노란색 표지의 중남미 여행안내서를 찾아 헤매었던 지난 새벽이었다. 시간이야 많다만 돈이 있나 용기가 있나. 지지리도 못난 것이 발로 뛰는 ‘지리상의 발견’은 형편이 못되어서 지도상의 발견이라도 해볼 참이었던지 아무튼 숱한 지명들이 머리속을 맴돌아서 못견딜 지경이었다. 한밤중에 그걸 봐서 뭘 하겠냐만 그 잠오는 베개 없으면 브라질이고 멕시코고 깡그리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기분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