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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옷, 16년 전의 외투

사람 잃어버리고 물건만 오래 갖고 있는 것, 못난 일입니다. 어제 무얼 찾느라 어수선한 옷장 뒤지다 보니 저 안쪽에 오래도록 입지 않고 걸려만 있던 외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꺼내서 입어보고 시간을 따져보니 정확히 만 16년 된 옷이었습니다. 특별히 비싼 것도 아니었지요. 이국 땅에서 석달 겨울을 나면서 따뜻한 옷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적당한 옷 하나 겨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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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의 고별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이별 작별 헤아리다 반쪽이 되어 별꼴 다 보였지요. 별빛에 물든 밤같이 까만 눈동자가 어둠 속에 잦아드네요. 별안간 그리움에 하늘 돌아보네요. 청천 하늘에는 잔별도 많았더라. 저무는 바닷가엔 석별도 많다더라. 전별 송별 다 보내고 결별 고별 지웠지요. 별의 별별 모두 떠난 자리 홀로 채워가며 기별 하나 빛날 날만 기다리지요. 지은이도 모르는 별, 어디 별뜻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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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때 나는 기공식장을 서성이고 있었어요. 흠흠… 지겹고 졸리우는 알파 파형의 무조 팡파레를 기다렸는데… 어딨더라 불연속 문양으로부터 둘, 셋, 다섯, 일곱 나비가 쏟아져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노랑나비는 까만나비, 호랑나비는 흑백나비, 1 아니면 자신뿐인 외로운 숫자들입니다. 그것 참 몇마리 뿐인 것 같은데 한량없이 이어집니다. 흘흘… 그때 누군가 마구 흔들어 나를 깨웠습니다. ㅡ 아니 이제 꿈꿀 시간이래요, 미스터 M.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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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로 걸다 '

띄엄띄엄 외우지도 못할 긴 번호입니다. 벽지 구석마다 얼룩이 잦아들면 빗방울 소리가 나를 대신합니다. 부엌 창틀에 빗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다르고, 팬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다릅니다. 띄엄띄엄 알지 못할 긴 번호를 눌러 봅니다. 낮은 구름장이 붉은 빛을 띤 새벽, 발신음도 들리지 않았는데 급한 걸음들이 달려갑니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그 소리는 늘 틀림없는 번호로 이어집니다. 계란 껍질 가지런히 둘러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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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루화 흥

꽃 화, 버들 류 쉬 꺾을 수 있는 꽃이며 버들이라지만 그런 류만 넘쳐나지는 않는 법 실바람에 버들가지 흔들리듯 하찮은 이의 소원에도 귀 기울이시니 자비로운 그 분 곁에 심어놓기 위해 스님께서 식목원에 물었다 처사님, 그 버들이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처럼 축 늘어지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요 그 분 대답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화류춘몽에 은하 작교 무너졌으니+ 곁에서 듣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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