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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의 어떤 아침

아침 5시 40분 어차피 나는 경매 사는 사람 아니지 6시 일어나야겠네 7시 벌써 이렇게 됐어 경매위판장이 모처럼 열렸는데 집을 나선것은 7시 20분 이미 파장분위기 많이 나온 물건은 없네. 오로지 홍어만 많이 나왔다. 오늘 뭐 팔것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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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의 이름뿐인 성

나는 시냇물 소리에서 가을을 들었다. 마개 뽑힌 가슴에 담을 무엇을 나는 찾았다./이상   그저 어려울 뿐 애써 알아야 할 의미도 없지 복잡하다고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유구하고도 쓸모없는 버릇처럼 남은 이름들일 뿐이지 붉디 붉은 부끄럼 같은 까베르네 쇼비뇽, 쇼비뇽 블랑 하얗게 이 마음 회쳐지고야 말 샤르도네, 리슬링 대체 무엇인지 어디 어디 말씀인지 무똥까데 카사리토무스카토다스티 군트럼슈페트레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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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ite fleur

피어난 적이나 있었을까 스산한 사막의 겨울 황금과 보물들 사이 수레국화 꽃다발 하나 빛 바랜 채 남았네 그녀+의 운명이 되어버린 가녀린 매듭 몇바퀴 운철로 만들었다는 어린 왕의 여전히 빛나는 단검보다도 안타깝게 아프게     /2020. 9. 4.       +안케세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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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둘 베개 하나

두동달이베개는 어디 갔는고+ 틀리기 쉬운 맞춤법 ― 베개를 배고 칼은 벤다 베개 하나 있으면 뭔지 모르게 허전하다 베개 둘에 하나는 머리에 배고 하나는 곁에 두거나 가끔 끌어안는다 책 볼 때는 책도 세워두고 폰을 켜면 폰도 그렇게 둔다 아침이면 베개 하나 어디로 달아났는지 잘 모른다 누군가는 자객처럼 베개 아래에 칼을 품은 채다 자칫하면 어긋나버리는 맞춤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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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 무엇인지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그게 만화책에서 봤던 마법사의 주문이 아니라 정구업진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적에는 그저 우스웠지요. 하지만 입으로 지은 업을 씻는 진언이라니 끝까지 웃을 일은 아니었지요. 생각해보면 수십년, 흐리멍텅한 업을 지니고 살아왔지요. 10대적부터 막연히 시를 쓰고자 했으나 내내 형편없는 것들만 그렸습니다. 아마도 수십곡, 20대 초반에는 노래도 지었지만 하나같이 어설픈 잡곡이었지요. 업이랍시고 편집일도 하고 조판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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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것은 그것은

그는 기타 연주자였다. 지방 방송국의 기타리스트였는지 어느 이름모를 클럽의 얼굴없는 반주자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마지막 병상에서 그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의 요리법을 여기저기 메모했다. 광고전단의 뒷면에도 썼고, 백지에도 썼다. 얼룩진 사연도 있었고 찢어진 종이도 있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 그녀의 마음 속에서 남편을 위한 요리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그것은 사랑 그것은 행복, 상상 속에서 간결하고 정성 가득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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