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어질 수 없음의 이루어짐에 관하여 처음 기타 배울 때는 그랬다. 친구에게서 빌려온 아주 낡은 기타 교본을 열심히 뒤적이며 코드라는 것을 배웠다. 많이도 필요 없었고 누군가에게 따로 배울 일도 없었다. 왼손 검지 베베 꼬아가며 하이코드 잡으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코드 딱 4개 익히고 나니 연습곡으로 수록되어 있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꽃반지 […]
門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生活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 家庭, 이상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가정家庭은 꾸리지 못하고 가정假定으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기꺼이 꿈을 꾸라면, 더딘 이 밤 함께라면…… 하는 오붓하고 화기애애한 가정이지요 화기엄금의 썰렁하고도 위태로운 밤이지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어느 작자 말과는 달리 절로 발길 닿는 곳, 문 잡아당기면 잘도 열리어 그 […]
누구시온지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비루한 행색으로 아 이런, 오 저런 시답잖은 생각만 읊어대었습니다. 밤낮없이 낯 뜨거운 일이었어요. 시집은 어떤가요 장가도 못갔는데, 시시각각 독수공방 시나 읊어볼까요. 책 하나 만든다면 정말 좋겠는데 어디 더 보태어 책 잡힐 일 있나요. 누구 책 망할 일 있나요. 시시콜콜 웃을 일이 아닌데 그냥 웃고 말아야 겠어요. 당신도 이쯤에서 웃어주시고. 시샘도 가물 […]
열세 살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 귀퉁이에 마야가 누워 있습니다. 어느 어린 봄날의 시험시간, 책상 사이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를 바라보다 아득해진 삶처럼 너무 작고 흐린 그림이 몹시도 안타까웠습니다. 태초의 숲에서 율리시즈의 고행까지 누구의 연인인들 어땠을까요. 옛 그리스의 꿈인양 비만이 풍만으로 보이던 환상, 얇은 그 옷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라 마하 베스띠다, 지도와 영토 사이 흐릿한 한 지점을 […]
그때 너는 한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奇蹟이었다* 65년의 새해라는 김수영의 시처럼 나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의사당과 방송국과 시민단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삼팔육은 테라바이트의 비밀을 숨기고 산다. 사과탄 만큼이나 매캐한 눈물을 흘리고 사과탄보다 더 뽀얀 연기를 피운다.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내 보물창고에도 없다. 대공분실에도 지하벙커에도 이상한 이름의 공사들에도 대자보로 도배된 학생회관에도 없다. […]
언제나 신비가 감돌고 있었지 그에게는 유리창에 부딪힌 파리의 꿈이 있었지 화장실로 달아나야 할 신비가 있었지 그는 빈털터리 Mister……y 쿵쿵 가끔씩 가슴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지 녹음할 수도 없고 들려줄 수도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테니 어쩌면 다들 비슷할지도 몰라 행여 다른 몰골을 각성케 하는 거울이 있었지 결단코 전혀 닮지 않은 형제를 보았지 인적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흥얼거리다 문득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별 하나 찾기 힘든 그곳,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일이었지 다만 오래도록 태양을 쏘아보던 사내가 있었고 한결같이 힘들고 외로운 길 위에서 직녀성을 향하여 쏘아올린 닿지 못할 꿈이 있었지 원주율 속에 숨겨진 비밀을 따라 컨택트의 꿈을 찾다 너무 비싼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야 창백한 푸른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