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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아닙니다

부슬부슬 이른 봄비 동네 담벼락에 매트리스 하나 덩그러니 기대어져 있다 어느 누구의 잠자리였을지 어쩌면 멀쩡한 듯 어쩌면 다 삭은 듯 매일 오가는 부식가게 한 귀퉁이에 바나나 한 송이 검게 물들어 있다 스스로 自 그럴 然 누구에게도 읽히지 못한 행간인양 폐지 사이에서 비에 젖었다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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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이름

부베에서 루-이지-앤, 브라질의 자누아리아까지+ 누군가에겐 간절했을 낯선 글자들 그 또는 그녀로 이루어진 세상이거나 그리움이 만들어낸 도시 사람일지 도시의 이름일지 영영 뜻 모를 철자 내 마음의 고장인양 알 길 없고 갈 길 없는데 결국엔 하나에 이를 하나의 이름     + 부베는 영화 <부베의 연인>에서 왔지만 마라에게 있어 부베는 도시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루-이지-앤>은 주의 이름을 의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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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綱 나비目

이래저래 거듭거듭 바꿔도 보았으나 알록달록 봄날의 짧은 꿈인양 날아다니는 꽃이 되진 못했네 봄도 아닌데 여긴 밤이 아닌데 거센 빗줄기 오가는 아침 작은 나방 하나 비슷한 색깔의 담벼락 주변을 맴돌고 있다 가지 못한 길 찾지도 못한 길 여긴 밤이 아닌데 영영 밤이 아닌데 온통 밤인양 눈부신 어둠인양 깨치지 못한 어설픈 羽化     그러나, 그것도 사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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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씨앗이 香을 얻기까지

몰타의 절경이 강풍에 무너졌다 ‘아주르 윈도우’는 사라졌어도 그 너머 하늘빛은 변함이 없다 형상을 잃어버린 초콜렛의 맛처럼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책속의 초콜렛 포장지처럼   어느 날 남아 있는 책 펼치다 책갈피인양 꽂혀 있는 초콜렛 포장지 하나를 발견했다 한 시절이었다 초콜렛 하나 사는 것도 녹록한 일은 아니어서 미련과 아쉬움에 흐릿한 香이라도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찰나였다 순간이었다 오래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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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딸기밭

여전히 사랑하지 하지만 ‘영원히’일 수는 없네 ― 나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오 ― ‘영원히’라는 말은 인간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말이에요+ 한때의 딸기밭 달콤했던 빛살 잊지 못해 영원히 그릴 수도 있지 영영 한때의 딸기밭     +울리카, 보르헤스     /2023. 4. 10.   +이 시를 쓸 때 시험삼아 챗GPT의 의견도 여러 번 들어보았다. (영어/한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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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노래

1997년 혹은 1998년 흐릿한 신문 칼럼에서 영화 속 장면 하나를 처음 봤을 때 만큼이나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2002년의 솔라리스는 감상적이고 공허하였다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스타니스와프 렘은 많이 달라진 얼굴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솔라리스를 들은 것도 본 것도 만난 것도 모두 태고의 흐릿한 이야기 언제나처럼 오래된 책꽂이의 어둑한 책과 바다와 별을 나는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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