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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핑 더 체인지!

: 사양했어야 할 거스름돈에 담긴 짧은 이야기

 

샌드위치는 달았고, 감자튀김은 늘 짰어. 나는 냉장고에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를 챙겨두어야 했지. 하지만 두어 달에 한번, 나는 점심을 먹고도 한참 많이 남은 샌드위치를 아이들에게 갖다 주곤 했어. 하지만 오늘, 키오스크는 전원이 빠져 있었고, 더 이상 콜라도 없었어. 세트 메뉴가 되질 않아 나의 마지막 주문은 샌드위치 셋이었지. 가게 벽에 붙어있는 형형색색 포스트잇에 적힌 낙서들이 안타까웠어. 이 모든 애정과 지지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환영에 맞딱뜨린 순간이었지. 1년 365개의 마지막 잎새를 그녀는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지. 감자튀김은 그녀가 억지로 넣어줬어. 생각없이 받은 거스름돈을 그 순간부터 후회했지. 천원 지폐와 동전 하나일 뿐이었는데 돌아오는 동안 그들이 주머니 속에서 나를 닥달하며 짤랑거렸어. 샌드위치 하나와 감자 몇 조각만 먹었어. 내일은 문 닫는 날, 벼랑 끝의 그녀는 대출로 새로이 치킨집을 계획한다고 했어. 거리가 좀 멀지만 나는 한 두 번 가긴 할 거야. 누구에게든 흐릿한 내일, 다만 온종일 짤랑대던 내 주머니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날을 기다릴 뿐이지.

 

/2025. 9. 19.

글렌 핸사드, 나 없는 날에

셰인 맥고완으로 해서 알게 된 이름이었다. 그의 삶으로 해서 내  귀에 들어왔고, 그의 죽음으로 해서 내 마음에 영영 남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는 우리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데  <Once> 때문이다. 그 영화와 노래(Falling Slowly)에 대해선 덧붙일 소감이  별로 없지만…… (만약 그가 이 땅에 태어났다면 민요풍의 노래들을 막걸리風으로 껄쭉하게 노래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셰인 맥고완 장례식에서의 노래(Fairytale of New York)와 더불어 “이별주”라면 나는 오직 맥고완과 핸사드를 기억할 것이다. 보르헤스/델리아의 이별과는 많이 다르지만 누구와도 마셔본 적 없는 이별주를 대신하기에 이들보다 어울리는 노래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해리 딘과 함께, 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제일지 모를 나 없는 날에 더 있었으면 싶은.

 

 


/Parting Glass, Glen Hansard

 

 


/Falling Slowly, Glen Hansard : <Once>

belong to me?

오래도록 사랑했던 사랑 노래,
<내츄럴 본 킬러>에서의 밥 딜런 버전은 내 마음 같았지만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참으로 절절하고 간절한 한편으로 허사와 허세 가득한 Sara처럼 말이다.
See the Pyramids along the Nile……
피라밋은 남았으나 쿠푸의 관은 뚜껑도 없이 텅 비어버렸다.
오늘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의 유물은 7.6cm짜리 좌상 하나 뿐이다.
내 마음의 느낌도 비슷하다.
팀북투, 사바나라마, 알제리의 시장, 첼시 호텔, 열대의 폭풍……
이름도 희미해졌다.

 

 


/You Belong to Me, Bob Dylan

 

See the pyramids along the Nile
Watch the sunrise from a tropic isle
Just remember, darling, all the while
You belong to meSee the marketplace in old Algiers
Send me photographs and souvenirs
Just remember when a dream appears
You belong to me

I’ll be so alone without you
Maybe you’ll be lonesome too
And blue

Fly the ocean in a silver plane
See the jungle when it’s wet with rain
Just remember ’til you’re home again
You belong to me

I’ll be so alone without you
Maybe you’ll be lonesome too
And blue

Fly the ocean in a silver plane
See the jungle when it’s wet with rain
Just remember ’til you’re home again
You belong to me

“I just want to tell you I love you and I miss you
Don’t forget about me. You won’t forget about me?”
“I won’t forget about you, it’s cool
No matter where he takes you, Timbouktou, it don’t matter, because it’s fate. Know?
Nobody can stop fate, nobody can”

드림 드림 드림

지난 주 생전 처음 가본 영양탕집에서 식사를 대접했으나
‘마산집’에서 고기와 함께 돈을 돌려받아야 했다.
그리고 어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점심을 같이 하지 못한 까닭에 부랴부랴 약속을 잡아
오늘 어르신이랑 마산집에서 막걸리와 함께 수육 국밥을 먹었다.
언제나처럼 기침을 하고 음식도 좀 흘리고 그러셨는데
한번은 좀 심하게 기침을 했으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했다.
식사비는 내가 지불했고, 실랑이 끝에 커피값은 어르신의 만원을 결국 받아야 했다. Read More

A Passage for Trumpet

지난 주 내내 어머니는 몸이 좋지 못하셨다. 기력이 심히 떨어져 거의 움직이지도 못한 때도 몇날 있었다. 누나네 다녀가고 조금 괜찮은가 했는데 어제는 아버지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며 이런저런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다행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간밤에 어머니는 식체가 심하게 걸려 또 누워 계신다. 오늘도 좀 일찍 마치고 가서 어른들 살펴야 할 것 같다.

<A Passage for Trumpet>을 다시 봤다. 1960년 5월 20일에 방송된 Twilight Zone 시즌1의 32번째 에피소드로 알콜중독에 연주할 무대를 잃어버린 조이 크라운의 이야기다. 그는 낙담 속에 전당포에 트럼펫을 팔아치우고 거리로 뛰쳐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늦게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일종의 ‘림보상태’ 같은 것이었다. 천사 가브리엘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온 그는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받은 돈으로 트럼펫을 다시 찾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옥상에서 혼자 트럼펫 연주하다 이제 막 객지생활을 시작한 착한 아가씨도 만났다.

흑백의 화면 속에 펼쳐지는 그립지만 모질게도 아득한 선율들……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트럼펫을 연주할  길이 다시 보이지 않는다. 웰즈 이야기 속의 마술가게처럼 찾을 수 없는 곳 — 서글프지만 전당포는 폐업한 것도 같다. 나의 가브리엘은……

 

“Sometimes it’s sour, it goes down hard, but you live with it.
Yeah, it’s a nice talent you got.
To make music, to move people…… That’s an exceptional talent, Joey.
Don’t waste it.”
/A Passage for Trumpet, Twilight Zone

 

 

The Twilight Zone" A Passage for Trumpet (TV Episode 1960) - IMDb

F. M.

A. 딸들은 자라면 다 그렇다. 눈치나 안보면 다행이다.
B.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아빠라기보다 나는 엄마로 살고 있으니까.

그곳은 부엌이거나 화장실 같았다. 타일의 벽은 몇 갈래로 금이 간 채 부서져 있었다. 그 누군가 — U. A.는 기발하게도 그곳에 액자를 걸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풍경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타일의 균열을 액자 안에 가뒀다. 오른쪽 한 귀퉁이에 자그맣게 붙어 있는 제목은 “F.M .”이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에 대해 나는 소재일 수도 있고 작품일 수도 있다.

 

/2024. 1. 23.

 

 

21세기 민주공화국

사무실 오는 길,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 가끔 높으신 나으리가 지나가는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지 사무실 가는 큰 길에 안보이던 경찰들이 나와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어제도 비슷한 시간대에 예행 연습 같은 것이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인도 신호등이 네 번, 다섯 번은 바뀌었을 시간인데도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은 기다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어떤 놈(?)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지만 21세기에도 이따위로 시민들을 우습게 아는가 싶었다. 기다리다 열받은 나는 (나으리 길을 막는 인도 신호를) 포기하고 차량 진행방향 따라 걸어가다 같은 방향 신호 둘을 건너 엘리베이터 타고 육교를 건너가기로 했다. 조금 걷다보니 나으리 오가는 방향이랑 같은 길에 있는 인도 또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수신호로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네놈들이 나를 무시하니 나도 네놈들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는 류의 소심한 다짐을 하며 나는 경찰새끼들(!)이 보든 말든 잠시도 멈추지 않고 두 개의 직진 방향 인도 적신호등을 아예 무시한 채 그대로 건너왔다. 사람이 우선인 것은 바로 이럴 때다! 내 걸음을 방해하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횡단보도를 지나가니 한 사람이 맞은 편에서 건너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 서 있었다. 다 왔을 참에 여전히 서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옆에 서 있는 일행에게 “너무 당당하게 건너와서 파란불인줄 알았다”고 하는 말이 들렸다. 경찰들은 차량 통제에만 정신이 팔려 정신나간 한 인간이 그들과 상관없는 루트로 지나가는 것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곧장 건너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육교를 건너 사무실 쪽으로 왔다. 고작 세 사람 서 있는 그 엘리베이터에서조차 새치기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분이 내 앞에 서서 어떤 이득을 보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차량들과 행인들, 수백명 수천명의 불편이 나으리에게 얼마나 대단한 안락함을 주었을지에 관해서도. 사무실 도착한지 십수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호각소리가 들린다. 세상엔 디테일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나는 디테일 때문에 살아가기 힘들다.

白い恋人, 시로이 코이비토

Principal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연주곡 가운데 “하얀 연인들”이 있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공식 다큐멘터리 테마곡 “13 Jours en France”인데 (일본의 영향인지) “하얀 연인들”로 알려졌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프랑시스 레)의 작품이다. ‘세미 클래식’이란 쟝르에 어울릴법한 그런 류일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동계올림픽은 이 곡으로 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옛시절 내 유치했던 글들을 좋아했던(내가 유치한 것일 뿐이다) 어떤 분은 그 곡을 배경으로 낭송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조금은 흔한 느낌의 곡조이지만, 지금도 이 곡 들으면 어설프기만 했던  스무살의 기억들이 부끄러움과 그리움으로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언젠부터인가 “하얀 연인들” 은 북해도의 과자로 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白い恋人, しろいこいびと>다. 오래 전 모친께서 몇번 사오신 것이 계기가 되었나 보다. 어쩌면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지만 깔끔한 포장과 이미지로 해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과자다. 이후에는 종이상자 제품만 몇번 보았는데, 기분 탓인지 종이상자에서는 예전의 느낌도 맛도 나질 않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양철상자 제품이 나오는가 싶어 찾아봤더니 실없이 비싸긴 해도 판매하고 있었다. 삿포로의 이시야제과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오래된 양철상자 하나는 구급약품 상자가 되어 아직도 내게 있다. 나는 이 모두에 어울리는 어떤 느낌, 어떤 기억을 여태 갖고 있다. 그 모든 시간을 다 합쳐도 ’13 Jours’가 될련지, 오갔던 길이 가릭 슈카체프의 노래처럼 ‘10,000km’나 될련지 모르지만 삶의 어떤 순간엔 머리속이 아무 생각도 없이 하얗게 되어버린다던 오래된 편지의 한줄을, 그 느낌을 함께 마셨던(Tea for Two) 어려웠던 중국차의 이름처럼 여전히 기억한다. 시로이 코이비토, 값으론 따질 수 없을 순백의 구급약품 상자는 오래전에 비워졌으나…….

 

 


/13 Jours en France, Francis Lai

 

 


/10,000km, Garik Sukachev

 

 

/2023. 8. 15., 私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