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성의 환상
오전 11시, 주택가 편도 차선 한 귀퉁이로 폰을 들고 걷는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마흔 즈음으로 보이는데, 지금 뭔가 분명한 일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다. 그는 전혀 바빠 보이지 않았고, 폰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통화 중인가 했지만, 길 따라 걸으며 유튜브에 얼이 빠져 있다. 정치 이야기다. 특정 정당의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단어들이 어김없이 가감없이 흘러나온다. 그는 분명한 일을 하고 있고, 그는 급박하고, 그는 너무 몰두해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는지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려 있고, 어쩌면 내 미래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