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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ial of

앞에 있는 운전자의 창밖으로 나와 있는 손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다 피웠는지 담배를 부비더니 슬그머니 길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화단을 향해 가래를 뱉고 창문을 올리면 끝, 더 바랄 무엇이 있는지 백팔염주가 룸미러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의 차는 높고 깨끗하고 연기는 가슴에 남았다……   the man who wasn’t there ㅡ 자신이 저지른 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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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me.txt : 1999. 12. 9. ◎

…그리고 내 가슴을 꿰뚫는 파란 눈빛도 신비다. <파란 색의 비밀, J. 꼭도>   밤의 다이얼이 돌아갑니다. 아주 멀고 희미한 싸이렌 소리가 잡히거나 여기 저기서 밀려난 프로그램들이 재미없이 이어집니다. 지루한 나는 가만히 한 곳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마음을 돌려봅니다.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아주 작은 부표를 찾아 마음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희미한 별의 소리처럼 잠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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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지 않는 풍차

사랑도 했더라만 미워도 했더라만 마냥 제자리, 멈추어 있었다네 울기도 했더라만 웃기도 했더라만 이제 그만 잠들어버린 바람이었다네 풍차의 나라에서 튤립의 바다에서 더치 페이로 덧칠하던 사랑이었다네 라만차의 연인이 밤새 달리어와도, 산초처럼 로시난테처럼 충직한 가슴이 밤새 기다리어도 그게 그 자리 버티고만 있던 풍차 어둔 길 뒤편으로 눈물은 감추고 천둥인 양 너털웃음 보내어야 할 텐데 거꾸로 돌아가던 미련한 풍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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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音으로 내리는 비

레코드판을 따라 음악은 흘러간다. 추억 같은 흠집, 흠집 같은 추억이 잡음으로 돌아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복사판 레코드 위에 떨어지는 비, 레너드 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뮤즈는 죽은 지 오래, 잡음처럼 비가 내림을 나는 알고 있다. 낡은 필름 위에 내리는 비, 잡음처럼 내리는 비, 조잡스런 색채로 연출되는 비극 속에서 비는 내린다. 너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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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강

미시시피 리버만 강이라더냐 나의 살던 고향에도 강물은 흘렀다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산을 끼고 꾸불꾸불 고향의 강+ 세상에서 제일 넓은 강인 줄 알았고 제일 깊은 강인 줄 알았고 그 위에 걸린 볼품없는 다리가 금문교만큼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정월에 보름이면 강 건너 마을에도 깡통불이 피어올랐어요 천둥치는 날이면 이무기 강철이가 강둑을 흔들어대었지요 어머니 젊은 날엔 세상에서 제일 멋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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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애창 365곡집

낡고 낡은 음악책입니다. 음… 세광출판사 1976년 판이네요. 값 700원. 내가 좋아하는 뱃노래도 있고, 알지 못하는 구노의 세레나데도 있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의 우스쿠다라도 있고, 페르시아 시장의 꿈도 보입니다. 우아한 가곡과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창문 앞을 지나면 라 쿠가라차의 행진도 있고, 라 스파뇨라의 애수도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냉면’의 추억도 있고, 중학교때 즐겨 불렀던 밀밭에서도 있습니다.(밀밭에서 너와 내가 서로 만나면 키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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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ssippi River

: JJ. Cale을 따라 흥얼거리다   보시다시피 주어섬기기 어려운 그 참 쌍스런 이름이에요 아시다시피 무척이나 길고도 긴 강이라지요 늘 그랬다시피 흐린 날 황혼녘이면 더 그리운 얼굴 멀고 먼 이역 땅인들 무슨 상관인가요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길 아닌 곳인들 어찌 잊고 가겠나요 짝을 이룬 글자들 마냥 비켜가고 돌아가도 쌍쌍이라니 그렇게 굽이굽이 따라 흐르렵니다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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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회사념 : 파사낙와의 시대

(Chega de Saudade : No Tempo da Bossa Nova)   1. 파서의 꿈   地球는 吾人의 住居하는 世界니 亦 遊星의 一이라. ㅡ 서유견문, 유길준   ‘希罗多德희라다덕’이라는 희랍의 학자가 입버릇처럼 즐겨 말했듯이 “나로서는 잘 믿기지 않지만” 직경이 이만육천십리나 된다는 박처럼 둥글게 생긴 지구의 저 건너편에는 ‘南亚美利加남아미리가’라는 별유천지가 있어 巴西파서라는 나라가 있다. 南亚美利加에서도 그 영토가 가장 넓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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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詩 ◎

<오비영>의 배경에 기타 연주를 넣었습니다. <전망 좋은 방>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었듯 <오비영>에도 마땅한 소리를 찾아야 했지요.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어떤 곡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이 쓴 곡은 아니지만 기타를 연주한 그 역시 빼어난 작곡가입니다. 그가 이 곡을 연주하던 시절을 보면 ‘검객’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타를 들었고 가끔 노래도 했으니 가객이 더 맞겠습니다만 짧은 머리카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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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벅머리 이발소

너의 관자놀이에 무슨 일이 있었니 머리칼아 너는 무엇을 가릴 수 있니 당산나무 지나서 골목 하나 건너고 몇 걸음만 옮기면 파랑 빨강 이발소 표지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멈추어 있었어 흠집 투성이 자개무늬 둘러진 거울 앞에 앉자 나는 정물이 되어 있었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이발사는 미련없이 가위질을 시작하였고 머리칼이 듬성듬성 잘려 나갔어 뚜뚜뚜 뚜, 재빠른 가위질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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