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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엄마와 너댓살 되어보이는 아이가 여름 같은 봄날의 오후에 놀고 있었다. 어느 순간엔가 처음 본 그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눈이  마주쳤는데 다시 보니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늘막 위로 올라가버린 것이었다. 너무 높아 꺼내기도 곤란한. 나즈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는 뒷쪽으로 돌아서 가봤으나 나무가 빼곡히들 자라 있어 비집고 들어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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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그리고 엘 꼬세체로

엘 꼬세체로는 라몬 아얄라가 쓴 옛 노래다. 소사를 포함한 가수들이 조금 옛스런 스타일로 노래했으나 아르헨티나 출신의 차로 보가린과 디에고 뻬레스가 짝을 이룬 또놀렉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목소리에서 오는 뭔지 모를 헤픈 느낌에 아련한 분위기의 피아노 소리는 몇해 전 어느 한때 약간의 중독성을 띠고 내게로 왔다. 아래의 동영상은 또놀렉의 라이브보다 이들 노래의 미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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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사무실 오는 길에 세탁소에 들러 옷 두개 드라이 맡겼다. 아파트 바로 위에 세탁소가 있어도 굳이 옷을 들고 이곳까지 온다.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이분께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고 최근에 할머니가 안보이는 날이 많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그저 인사나 하고 아무 때나 천천히 찾으면 된다고 재촉하지 않을 뿐이다. 몇몇 가게가 잇달아 폐업을 했던 자리에 들어선 빨래방 앞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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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릭 (이고르) 슈카체프

고란 브레고비치 때문이었다. 나이값 못하는 건달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요상하게 치장한 채 난장판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그렇다고 펑크록을 하는 노장들도 아니고 나를 데려가세요 ㅡ “울릉도 트위스트”를 표절한 듯한(?) 한물간 스타일의 노래에 이토록 떠들썩하게 열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우습지도 않았다. 하지만 “뻔하고 저질스런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 얄궂고 싼티나는 모습 속에 이상하게 끌리는 구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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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지 못한 에러

사흘 정도 홈피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어제는 그 절정인 듯, 거의 온종일 작동이 되지 않았다. 서버를 이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워드프레스만 먹통이었다. 현재 원인으로 추측되는 세가지는 1. 케이보드 게시판의 문제 2. 게시판 자료가 포함된 데이터베이스의 문제 3. 워드프레스 현재 버전의 문제(설치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좀 이상했다) 4. 바이러스 다. 게시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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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엽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postcard에 비해 이름도 얼마나 분위기 있었던가 ㅡ 문자 메시지와 sns가 없던 옛 시절에는 엽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걸로 응모도 했고 모임도 알렸고 노래도 신청했고 안부도 물었다. 누가 본다고 한들 그대 아니면 의미없노라던 그 나이브한 방식은 또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었던가. 편지나 엽서나 오고 가는 속도는 다를 바가 없었지만 엽서에는 난데없는 청춘의 냄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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零落

꽃 榮 즐길 樂 하릴없이 쓸려나가 영락이런가 한때 봄꿈 속의 영락없는 그 꽃   “수고 많으십니다.” “큰 일거리가 생겼습니다.” 웃음으로 대답하는 경비아저씨는 아스팔트를 뒤덮은 꽃잎들을 향해 부지런히 비질을 하고 계신다. 한창이던 벚꽃이건만 연이틀 세찬 빗줄기를 만났으니 흙탕물까지 보태어 바닥에 널브러진 모양새가 참담하다. 연분홍빛 봄꿈을 전해주던 그 여린 꽃잎들은 하루아침에 쓸려나가야 할 쓰레기가 되었으니 떨어질 零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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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오래된 빛

깊은 밤 뜰 위에 나서 멀리 있는 애인을 생각하다가 나는 여러 억천만 년 사는 별을 보았다. /김달진 한 두 해 전, 국내 모 자동차 그룹의 일부 차량의 전조등이 미국의 평가기관으로부터 좋지 못한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일부 유수한 메이커의 다른 차량들도 비슷한 판정을 받긴 했지만 이유가 생각과는 좀 달랐다. 그것은 “XX자동차 헤드라이트의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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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불처럼 봄이

재개발도 쉽지 않은 낡은 아파트라 나무들도 비슷하니 오래되었다. 나름 자랑거리인 벚꽃나무는 족히 40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아파트 중앙길 양편으로 마주 서 있는 벚꽃나무들은 몇해전부터 거의가 서로 이어져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봄소식 들리기 전에 한동안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벚꽃은 그다지 손대지 않았으나 은행이나 목련은 처참하리만큼 많이들 잘려나갔다. 와중에도 목련은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이야 어떻든 한낮의 어둠을 밝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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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름, 봄꿈의 이름

어떤 학생이 도움이 필요해 찾아왔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어서 한참을 시도한 끝에 겨우 해결은 할 수 있었다. 사무실서 학생이 사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고 나니 마칠 때가 되어 같이 나왔다. 바로 앞의 길에서 그냥 가기 뭣해서 동네를 한바퀴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 태워주고 왔다. 또래 내지 동생들과 댄스팀을 하면서 그쪽 방면으로 일을 갖고 싶어한다고 들었다.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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