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의 서러운 한 권의 시집을 소중히 읽어 벌레 먹지 않게 할 이. /이하 휴관을 앞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 할 마감일이다. 삼국유사를 편역한 두 책은 끝까지 다 읽지 못했음에도 그다지 미련도 아쉬움도 없지만 이하 시집을 돌려보내려니 좀 허전하였다. 그래서 눈에 들어오는대로 몇 페이지 카피를 하다 그것도 마땅찮아 찾아봤더니 구할 수 있는 책이라 바로 주문을 […]
[글쓴이:] 무치
travelling song, 그리고 flora
“오미 와이즈”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버트 잰쉬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했었다. 대단한 노래 솜씨를 지닌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pentangle” 하면 나는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그의 목소리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travelling song”은 라이브가 10배쯤 더 멋진 것 같다. 장미빛 뺨과 루비 같은 입술을 지녔다던 플로라, 질투와 배신감으로 플로라의 애인을 단검으로 죽이고 살인죄로 법정에 선 이로서도 그의 음성은 […]
라면 몇 개 안아들고
여섯 시가 되자마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라면 몇 개라도 챙겨야 했던 전운 감도는 시대의 소시민인양 도서관이 휴관한다는 문자에 우습게도 애가 닳았나 보다 꽤 두꺼운 시집 세 권에 다른 책 두 권을 보태어 대출 권수를 채웠다 생각지도 못한 분의 생각지도 못한 글이 나름 반가웠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오래된 새로움이 가득하였다 “경운기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쓰던 시절처럼 숨을 곳 없는 […]
srs #3. querência
벌써 너닷새째 골골골이다. 콧물로 해서 코밑은 헐었고 기침은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는다. 잠을 잘못자서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최근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턱이 아파서 입도 잘 못 벌리겠다. 그렇지만 그 어느 하루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vitor ramil 의 노래로 알게 되었던 께렌시아, 얼마 전 어느 정치인께서 고상하게도 께렌시아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관해 여지를 남겼다. 입에 담지도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엄마와 너댓살 되어보이는 아이가 여름 같은 봄날의 오후에 놀고 있었다. 어느 순간엔가 처음 본 그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눈이 마주쳤는데 다시 보니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늘막 위로 올라가버린 것이었다. 너무 높아 꺼내기도 곤란한. 나즈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는 뒷쪽으로 돌아서 가봤으나 나무가 빼곡히들 자라 있어 비집고 들어갈 […]
봄길, 그리고 엘 꼬세체로
엘 꼬세체로는 라몬 아얄라가 쓴 옛 노래다. 소사를 포함한 가수들이 조금 옛스런 스타일로 노래했으나 아르헨티나 출신의 차로 보가린과 디에고 뻬레스가 짝을 이룬 또놀렉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목소리에서 오는 뭔지 모를 헤픈 느낌에 아련한 분위기의 피아노 소리는 몇해 전 어느 한때 약간의 중독성을 띠고 내게로 왔다. 아래의 동영상은 또놀렉의 라이브보다 이들 노래의 미묘한 […]
가릭 (이고르) 슈카체프
고란 브레고비치 때문이었다. 나이값 못하는 건달처럼 보이는 인간들이 요상하게 치장한 채 난장판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그렇다고 펑크록을 하는 노장들도 아니고 나를 데려가세요 ㅡ “울릉도 트위스트”를 표절한 듯한(?) 한물간 스타일의 노래에 이토록 떠들썩하게 열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우습지도 않았다. 하지만 “뻔하고 저질스런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 얄궂고 싼티나는 모습 속에 이상하게 끌리는 구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