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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끝까지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쉽사리 떨쳐내지 못할 현실이라는 이름의 일정치 못한 중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나이라면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는 소리보다도 빠른 초속 500m, 시속 1600km 속도로 자전하면서 하루라는 이름의 24시간을 보내고 초속 30km의 속도로 9억 5천만km에 달하는 거리를 태양을 따라 돈다. 우리는 그것을 1년이라 부른다. 태양계는 또 은하계의 중심을 초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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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과 탕진, a lottery life

해마다 연말이면 어쩌다 생각나는 노래, 며칠 전 차안에서 우연히 lottery song을 들었다. 그래, 이런 사랑스런 노래가 있었지, 그리고 이런 달콤함을 꿈꾸던 때가 있었지…… 살아오면서 복권 사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는가 모르겠다. 그런 종류의 운이 내게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게 오리라 기대해본 적도 없다. 오래 전의 일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중년의 부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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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새가슴살

발라낼 뼈라도 있긴 있었을까 다만 콩닥대며 짧은 꿈 잠시 꾸었을 뿐 마음의 지붕에조차 올라본 적은 없었다 추려낼 꿈이라도 어디 있긴 있었을까 온갖 두려움과 낯 뜨거움과 부끄러움의 이름 너머 숨다 달아나다 잠시 퍼덕였을 뿐 이 하루 겨우 재울 양념에 절어서 사는 날개 없는 자의 걸음 같은 가슴살 이내 하루살   /2006. 7. 19.  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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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소

내가 그 책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마 15, 6년 쯤 전이었을 것이다. 어디로부터 내게 왔는지 모를 <허구들>과 보르헤스 관련 몇몇 서적의 역자 주석과 해설에서 숱하게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번역본은 없었다. 한참 뒤에 읽게 된 보르헤스의 에세이집을 무척 좋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그 책이었다. 출판사는 보다 구매력 있는 제목을 원했겠지만 나는 바뀐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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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ingle man, 확실한 內傷

그렇지 않았으면 찾지 않았을 것이다. <녹터널 애니멀즈>의 불편함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 싱글 맨>을 통해 감독에 대한 느낌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뜻밖이었다. 원작자와 감독이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퀴어 영화라고 한다면 당연히 퀴어 영화겠지만 성적인 정체성보다는 상실과 복원이라는 관점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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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 te enfeitar : morena do mar

바닷가에 사는 어느 아가씨를 위해 물고기 몇마리를 잡고 예쁘장한 조개껍질을 주워 가져온 어떤 이의 이야기, 내가 아는 몇몇 가수들이 이 노랠 나름의 방식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작곡자를 포함한 그 누구의 노래도 나라 리오 만큼 마음에 닿지는 않았습니다. 보싸노바의 뮤즈라고들 하지만 사실 음악적으로 그녀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몇몇 노래만은 절로 마음이 이끌립니다. 특히나 그녀가 모레나를 노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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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기억을 소재로 한 최근의 영화를 봤다. 아주 대충 봐서 영화에 관해선 뭐라 말도 하지 못하겠다. 알다시피 기억이란 굉장히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며, 뜻밖에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과거에 대한 완벽한 기록이 있다고 한들 희미한 기억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심지어 까마득히 잊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낌은 남아 있음을 나는 안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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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 방향

그게 2000년대의 중반이었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르귄의 단편집이 나온 것을 보고 곧장 구입했다. 아마도 세부 쯤 구해서 하나는 선물을 했고, 잘 펼쳐지지 않는 작은 책이 불편했던 나는 책을 잘라 링으로 묶었다.(선물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어딘가에 원본 그대로의 책이 또 하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여전히 다 읽지 못했다.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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