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21세기 민주공화국

사무실 오는 길,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 가끔 높으신 나으리가 지나가는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지 사무실 가는 큰 길에 안보이던 경찰들이 나와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어제도 비슷한 시간대에 예행 연습 같은 것이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인도 신호등이 네 번, 다섯 번은 바뀌었을 시간인데도 형광색 조끼를 입은 […]

Read More

셰인, 셰인, 셰인

‘아이리쉬 맨’ Shane MacGowan이 세상을 떠났다. Pogues는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아일랜드 포크 음악과 펑크 스타일이 교차하는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밴드였고 이들의 거의 모든 이미지는 맥고완(He Is a Man You Don’t Meet Every Day!!)으로부터 왔다. 그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봤을 때는 누구처럼 시들시들해도 아직 괜찮구나 했는데 퇴원 일주일만의 일이다. 한 달 쯤 전에는 병원에서 […]

Read More

노래

-by H to H   짧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노래 단순하면서도 함께 하긴 쉽지 않은 노래 상실과 그리움의 노래 모든 시간이 끝에 이를 때까지 노래하고 있다면 노래는 나를 부를 것이야 노래는 어김없이 누군가를 그릴 것이야 실낱같은 연이 영영 침묵 속에 잠들지라도 노래는 내 불면과 평안과 망각 너머 함께 하네 시간의 조수 속에 놓쳐버린 형제에서 연인에까지 모든 […]

Read More

연인의 이름

부베에서 루-이지-앤, 브라질의 자누아리아까지+ 누군가에겐 간절했을 낯선 글자들 그 또는 그녀로 이루어진 세상이거나 그리움이 만들어낸 도시 사람일지 도시의 이름일지 영영 뜻 모를 철자 내 마음의 고장인양 알 길 없고 갈 길 없는데 결국엔 하나에 이를 하나의 이름     + 부베는 영화 <부베의 연인>에서 왔지만 마라에게 있어 부베는 도시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루-이지-앤>은 주의 이름을 의인화, […]

Read More

白い恋人, 시로이 코이비토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연주곡 가운데 “하얀 연인들”이 있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공식 다큐멘터리 테마곡 “13 Jours en France”인데 (일본의 영향인지) “하얀 연인들”로 알려졌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프랑시스 레)의 작품이다. ‘세미 클래식’이란 쟝르에 어울릴법한 그런 류일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동계올림픽은 이 곡으로 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옛시절 내 […]

Read More

虛事虛辭

한시간 가량 지하철 타고 처음으로 갔던 병원에서 대신 받은 처방전에는 여섯 개의 약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네 개의 알약은 날짜별로 포장되어 있었다. 둘은 따로 종이곽과 플라스틱 케이스로 받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두 종류는 드시지 않는다. 약 먹기 전부터 사진 찍고 또 사진 찍고 뭔가를 폰에 메모한다. 이쑤시개로 조심조심 신중하게 봉지를 뜯는다. 그리고 아끼고 […]

Read More

Everywhere You Are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 이외에 John Lefebvre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그는 작가이자 기업가이며 요즘의 폭염에서 실감하게 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무명의 신인가수(?) 앨범에 대단한 연주자들이 몰렸는지는 조금 미스터리하지만 에밀루 해리스의  남편이었던 프로듀서 Brian Ahern의 공이 컸던 것 같다. 그는 T Bone Burnett(기타리스트/제작자)을 연결시켜 줬고 잇달아 Jim Keltner(존 레넌, 밥 […]

Read More

곤충綱 나비目

이래저래 거듭거듭 바꿔도 보았으나 알록달록 봄날의 짧은 꿈인양 날아다니는 꽃이 되진 못했네 봄도 아닌데 여긴 밤이 아닌데 거센 빗줄기 오가는 아침 작은 나방 하나 비슷한 색깔의 담벼락 주변을 맴돌고 있다 가지 못한 길 찾지도 못한 길 여긴 밤이 아닌데 영영 밤이 아닌데 온통 밤인양 눈부신 어둠인양 깨치지 못한 어설픈 羽化     그러나, 그것도 사실에 […]

Read More

포기

지난 늦가을 베르가못 꽃씨를 구해 두 개의 종이컵에 심었었다. 철이 맞지 않은 것은 알았으나 집안이어서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베르가못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다. 어릴 적에 어쩌다 마셔봤던 홍차 ― 한참 뒤에야 어느 세심한 손길을 통해 알게 된 그 이름 얼 그레이 때문인지 베르가못은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금세 자랄 줄 알았지만 정말 깨알 같은 새싹들은 몹시도 더뎠다. […]

Read More

“카카오 씨앗”에 관한 부연

내가 쓴 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사설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에 대해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았다. 우연히 구글 바드 테스트하다 카카오 씨앗의 초기 버전을 올렸더니 시라고도 하지 않았고 해석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심지어 제목도 빠트렸다) 시로 이해하고 나름의 설명을 하였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는데 우선 AI의 해설을 살펴보고 내 이야기를 덧붙일까 한다. […]

Read More